완성차업체들 시장 진출 잰걸음
롯데렌탈에 스타트업도 경쟁에 합류
수입차·중고차업계 새 전략 마련에 '고심'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 국내 중고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길이 열린 이후 현대차·기아와 쌍용차 등을 포함한 완성차업계에 이어 롯데렌탈과 스타트업까지 속속 시장 경쟁에 참전하면서다. 관련 법에 따라 완성차와 기존 중고차업계의 막판 사업 조정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기업 진출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국내 중소 중고차 유통업계와 수입차업체까지 포함된 국내 중고차 시장 경쟁은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완성차업체 중 현대차·기아는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7일 소비자 중심의 중고차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현대차는 연내 사업 개시를 목표로 국내사업부 내 팀급 조직을 꾸렸다. 현대차는 이 조직을 점차 확대하면서 중고차 사업 계획을 신속하게 실현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가 최근 발표한 사업 계획에서 판매 차량 기준을 △첫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미만 △품질(200여 항목) 테스트 통과 등으로 제시했다.
기아도 지난 1월 전북 정읍시에 사업자 등록 신청을 마치고 중고차 사업 방향성 공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주내 개최될 예정인 자율조정심의위원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쌍용차 역시 실무부서에서 사업성 검토에 착수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정 관리가 진행 중이어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진 않다"면서도 "실무 부서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 등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렌탈 또한 지난 18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온라인에선 중고차 판매와 중개, 렌털에 더해 중고차 인증과 사후 관리까지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선 쇼룸과 시승, 정비 체험 등이 가능한 멀티플렉스 매장과 연계해 고객 경험을 창출할 방침이다.
활성화될 조짐을 감지한 국내 중고차 시장 경쟁엔 스타트업까지 뛰어들었다. 카몬스터에선 지난달 비대면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카몬'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카몬스터와 제휴한 정비소에 소유 차량을 맡기면 판매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차량 소유주가 자신의 차량 진단을 위해 별도 평가사와 만나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어준 형태다. 카몬은 현재 전국 900여곳과 손잡은 제휴소 규모를 연말까지 2,0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입차업계에도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수입 자동차만 가능했던 인증중고차 사업(동일 브랜드 중고차를 매입해 상품화한 뒤 되파는 사업)에 국내 완성차업체도 동참하게 된 까닭이다. BMW나 아우디, 벤츠 등 고가의 수입차뿐 아니라 혼다나 푸조 등 중고가 수입차의 인증중고차를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겐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BMW의 3시리즈나 벤츠의 C클라스, 아우디의 A4 등 5,000만~6,000만 원대 모델의 경우 제네시스나 K7, K9 등 국산차와 가격대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당장, 혼다나 푸조 등에게 직격탄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중고차업계에선 최대한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면서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한국연합회)는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업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중기부의 자율조정심의위원회에서 '3년 연기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해성 한국연합회 사무국장은 "사업조정 절차에는 품목과 수량을 제한하거나 출정 시점을 3년 내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시급한 것은 아닌 만큼 최대한 늦게 진입하는 것이 기존 소상공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50만~270만 대(약 30조 원)로, 신차 시장 대비 1.4배 수준이다. 미국(2.4배), 유럽(2.0배)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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