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BBQ·웰킵스, 어떻게 '동결'했나
'양날의 검'…향후 인상 시 '역풍' 우려도
"뼈를 깎는 고통에도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습니다."
경쟁사들이 원자잿값·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와중에 가격 동결을 외친 기업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일부 기업은 "경쟁사들의 항의가 거셌지만 국가적인 위기 때 폭리를 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성과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착한 선택'으로 소비자의 호감을 사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되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고 최소화·본사 버티기…가격 동결 방법 '각양각색'
무려 9년째 과자 가격을 올리지 않은 오리온은 올해도 "인상 계획이 없다"고 23일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5%, 영업이익은 14.7% 증가해 가격 동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리온의 높은 영업이익 비결은 꾸준히 이어온 내부효율화 작업이다. 2014년부터 계열사 합병, 부서 통합, 비핵심사업 정리 등을 진행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했고, 원부재료 통합구매와 포장재 줄이기로 절감된 비용을 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특히 소비자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했다. 판매가 저조한 제품은 즉시 생산량을 줄이는 식으로 수요에 맞춰 생산 계획을 조정했다. 덕분에 지난해 반품액은 2016년 대비 80%가량 줄어들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도 "당분간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상 요인을 본사가 부담하면서 가맹점과 상생하고, 가격 동결로 소비자의 신뢰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BBQ는 가격 동결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올 2월에는 약 40% 올랐다. BBQ 관계자는 "2, 3월은 매출이 감소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다만 BBQ는 이미 대표 메뉴 가격이 경쟁사들보다 높아 버틸 여력이 있어도 가격 인상 요인이 늘어나는 추세라 오래 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는 마스크 가격을 1장당 800~9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마스크 대란' 때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매출은 3년 전보다 3배 이상 불어난 700억 원을 달성했다. 웰킵스 마스크는 타사 대비 제조원가가 높지만 박리다매로 수익을 냈다. 웰킵스 관계자는 "마스크 대란 때 배송이 한 달 이상 밀려도 주문을 취소하지 않고 동일 가격에 제공하는 등 우직한 영업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착한 기업→구매' 선순환 구조가 목표
가격 동결을 감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고 이를 제품 경쟁력 강화에 투자한 후 남는 이윤을 제품 증량 등으로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자연히 따라 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착한 기업에는 더 엄중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돼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위험 요인이다. 과도하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 향후 가격을 올릴 경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만일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라도 터지면 착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 것"이라며 "가격 동결 마케팅을 지나치게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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