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3대에 월 30만원 부과하는 단지 등장
주민들 간 갈등도... 지자체 개입 근거 없어
전국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차량 보유 대수에 따라 추가로 매기는 주차비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관리 주체 입장에서는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대수가 늘 때마다 주차비를 더 높게 올리는 누진 요금을 선호하지만, 몇몇 단지에서는 그 누진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새 아파트 입주민 이모(43)씨는 지난달 아파트 공지에 올라온 주차장 사용료를 보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새 주차장 운영 규정을 통해 차량 1대 무료, 2대 5만원, 3대 이상 30만원의 매달 주차비를 부과하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해 입주민 투표로 의결됐고, 경비업체 선정 등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효력을 발휘한다.
이씨는 “맞벌이 부부라 불가피하게 차량을 2대 소유하고 있는데, 매월 5만원씩 내라니 부담스럽다”며 “차량을 여러 대 쓸 수밖에 없는 소수 입주민에게 고액을 물리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분노했다. 인근 아파트들은 대부분 2대 2만원, 3대 5~10만원의 주차비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 이씨가 사는 아파트의 경우 가구의 약 30%가 2대 이상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차량 1대를 가진 입주민들은 “이 좁은 주차장에 3대나 주차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소수 때문에 차 1대 가진 다수 가구가 피해를 볼 수는 없다"고 누진 요금 체계를 옹호했다.
과도한 요금 부과 때문에 말썽이 난 곳은 이씨 아파트뿐만은 아니다. 시흥시 배곧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도 지난해 차량 3대 가구에 주차장 월 사용료를 최대 30만원까지 부과하는 규정을 시행해 논란이 빚어졌다.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는 차량 3대 이상 가구에 물리는 요금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5배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반발을 불렀다. 추가 부담을 떠안은 입주민들은 “상식 수준을 넘는 벌금성 요금"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 주체들은 주차 공간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1가구 1차량'을 상정해 지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평균 차량 보유 대수가 늘면서 이런 갈등이 더 빈번해지는 추세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갈등을 알고는 있으나 아파트 내부 문제이고 개입할 근거 법령이 없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30만원 주차비는 부당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주차비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로 결정하게 돼 있다”며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법령 개정을 통해 주차비 관련 기준과 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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