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앞두고 LG에서 이적
허훈 부상으로 포인트가드 맡아
공수 잘 메워 팀 상위권 끌어올려
주요 성적 지난 시즌 2배 수준
“프로에선 나도 모르게 위축돼
그런 부분 다시 깨어난 듯 싶다”
“농구를 잘 하고 싶어 그동안 울분을 삼켰다.”
수원 KT 정성우(28)가 2016년 신인상 수상 이후 6년 만에 부활을 알리며 코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더 이상 누구의 백업이나 식스맨이 아닌 당당한 주축 선수로 성장해 팀을 우승권으로 올려놓았다.
정성우는 2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지만, 프로 입단 후 위축 받으며 스스로 통하지 않는다고 마음을 닫았던 것 같다. 이적 후 서동철 감독 등 코치진에서 주저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슛을 쏘라고 주문하며 믿어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성우는 이어 “그간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올 시즌 많은 출전 시간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긴 한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즐기며 뛰어 전혀 힘 들지 않다. 이번 시즌처럼 프로 입단 후 계속 봄 농구를 꿈꿔왔다”고 덧붙였다.
정성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계약으로 창원 LG에서 KT로 이적했는데, 서동철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로 도움을 줄 선수”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허훈이 개막 준비과정에서 발목을 다치면서 비운 포인트가드 자리를, 정성우가 완벽하게 공수에서 메워 팀이 상위권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개인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정성우는 출전시간(14분→25분), 득점(4.8점→9.9점), 어시스트(1.9개→3.3개), 리바운드(0.8개→23개) 등 주요 지표에서 지난 시즌 2배 가량 활약을 해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로 손꼽힌다. 정성우는 “허훈처럼 훌륭한 선수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며 “팀 플레이에 주력했고, KT에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보니 함께 흐름을 타면서 좋아진 듯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팀이 중위권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을 때 팀을 3연승으로 이끌며 2위 자리를 수성한 주역도 정성우다. 18일 3위 울산 현대모비스 전에서도 선발 출전해 26분 50초를 뛰며 양팀에서 가장 높은 24득점(6어시스트, 4리바운드, 2스틸)을 올리며 양팀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렸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이 “정성우에게 농락당했다”고 할 정도로 이날 팀 조율을 하면서도 위기 때마다 3점슛에, 스틸 등으로 상대 흐름을 끊었다. 정성우는 “상대가 도움수비를 많이 하는데, 내 슛이 팀에서 가장 떨어지다 보니 수비가 자주 붙지 않아 기회가 많이 왔을 뿐”이라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실 정성우는 2006년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스타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었다. 그러나 공격보다는 팀에서 원하는 궂은 일을 도맡다 보니 어느새 눈에 띄지 않는 선수가 됐다. 정성우는 “다른 선수처럼 공격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사실 울분도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득점도 잘하던 선수였지만, 프로에선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됐다. 이적 후 그런 부분이 다시 깨어난 것 같다”고 했다.
정성우는 스스로 공격을 제대로 못하는 반 쪽짜리 선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적 후 연습방법부터 바꿨다. 정성우는 “팀에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슛 연습을 바꿔봤다. 연습 시간만 채웠던 과거와 다르게 매일 실전처럼 상황 등을 조성해놓고, 성공하는 개수를 채우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슛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 때문은 아니다. 그는 “이적을 결심한 이유가 개인 기록보다는 이기는 팀에 있고 싶어서였다”며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한 경기 한 경기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또 앞으로도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승리 하도록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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