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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은 발레 공연, 제 성격 닮은 데뷔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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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은 발레 공연, 제 성격 닮은 데뷔작이죠"

입력
2022.03.23 14:53
수정
2022.03.23 15: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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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지영, 첫 예술감독으로 공연
2019년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3년 만
동료 김세연의 신작 통해 자신의 이야기 담아

2019년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처음으로 예술감독으로 공연에 나서는 발레리나 김지영이 22일 오전 경희대 캠퍼스에서 공연을 생각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2019년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처음으로 예술감독으로 공연에 나서는 발레리나 김지영이 22일 오전 경희대 캠퍼스에서 공연을 생각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공연장 관객이 잘 보이는 자리는 어딜까. 무대 위 아니면 무대 아래. 오는 25일 예술감독으로 데뷔를 앞둔 발레리나 김지영은 "(무대에 설 때는) 제 생각만 하다가, 관객분들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변화를 직설적으로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가 안았던 책임감과는 또 다른 부담감 때문이다. 감독은 무대 아래 있지만 공연의 수요자인 관객을 파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 오히려 관객을 잘 볼 수 있는지 모른다.

김지영의 예술감독 데뷔작인 '김지영의 ONE DAY(원데이)' 공연을 사흘 앞둔 22일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희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2019년 퇴단 이후 숙제처럼 예술감독으로서 데뷔를 생각했다는 그는 첫 공연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화려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성격에 맞게 가는 거죠." 이날도 운동화에 청바지,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머리 아파하며 이해하려고 하지 않게, 잔잔하면서도 관객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길 바란다"며 "관객이 무대 옆에 자신만의 화면(영상)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공연 1부는 발레 갈라 무대로 채운다. 오랜 동료인 김용걸의 창작 안무 작품인 '산책', '선입견'으로 시작해 '백조의 호수' 파드되,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 등 클래식 발레로 이어진다.

발레리나 김지영(왼쪽)의 예술감독 데뷔작인 '김지영의 ONE DAY(원데이)'에서 오랜 동료인 안무가 김세연이 신작을 선보인다. 최주연 기자·마포문화재단 제공

발레리나 김지영(왼쪽)의 예술감독 데뷔작인 '김지영의 ONE DAY(원데이)'에서 오랜 동료인 안무가 김세연이 신작을 선보인다. 최주연 기자·마포문화재단 제공

공연 2부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진하게 담았다. 오랜 동료 발레리나인 김세연이 안무를 맡은 '치카치카'를 김지영을 포함해 무용수 4인이 첫선을 보인다. "어느 날 차 안에서 사라 본(미국 재즈 가수)의 '대니 보이'를 듣다가,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과 세월, 삶에 대한 그런 일상의 생각을 김세연과 나누다 완성된 작품이 '치카치카'다. 4명의 무용수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한 사람을 연기한다. 음악은 감성적이고 깨끗한 선율의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김세연은 이번 작품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지영의 이야기를 담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치카치카' 전반에는 '김세연 안무의 결'이 모두 담겨 있다. 현대 무용적 요소를 일부 접목했고,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을 모두 살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세연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역이 뚜렷한 그런 것보다는 군무라고 해도 각자 개성이 드러나는 안무를 원한다"면서 "내가 무용수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음악과 조명이 춤과 맞아떨어질 수 있는 데도 신경 썼고, 의상도 원단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발레 공연 '김지영의 ONE DAY(원데이)' 포스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발레 공연 '김지영의 ONE DAY(원데이)' 포스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초보 예술감독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공연을 올리는 것은 특히나 호된 신고식이다. 1부 프로그램 중 '한여름 밤의 꿈' 대신 우크라이나 민속무용을 모티프로 삼은 '고팍'을 선보이기로 하는 등 실제 무용수 라인업과 프로그램 변동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끔은 전쟁과 기후위기 등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보면서 발레 공연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의문이 드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또 저희는 저희 일을 해 나가야겠죠?"라며 씩씩한 웃음을 보였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그들의 일상에 쉼표를 찍어 줄 수 있는 공연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공연은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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