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철강 수요 급증까지 맞물려 철강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라 조선, 자동차, 건설, 전자 등 제조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열연강판 가격 지난해 고점 돌파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시장에서 거래된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133만 원으로 지난해 고점(132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순 이후 20%(21만 원) 넘게 급등했다. 열연강판은 자동차, 가전 등을 만들 때 쓰이는 기초 철강재다. 국내 빅2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내달 유통가격을 추가로 올릴 계획으로 알려져 열연강판 가격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건설 필수자재인 철근 가격도 잇따라 올라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철근 기준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인 톤당 100만2,000원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 선박을 제조할 때 필요한 두꺼운 철판인 후판 가격을 놓고 연초부터 협상 중인데, 협상 당시엔 '가격 인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지금은 사실상 추가 인상으로 거의 굳어진 분위기다.
철강사 원가상승 제품가에 매월 반영
철강 가격이 들썩이는 일차적 이유는 주요 철강 원자잿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원료탄 가격 급등이 철강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쇳물을 생산할 때 연료로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호주산) 가격은 지난 15일 톤당 662.75달러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1년 전보다 485% 급등했다.
세계 원료탄 공급량의 12%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수출이 막히자 글로벌 수요가 대체 공급처인 호주 한 곳으로 대거 몰린 여파다. 철근, 형강과 같은 건축용 강재를 만들 때 전기로의 원료로 투입되는 고철(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7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70% 뛰었고 조만간 역대 최고치(93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철강 수요도 강세다. 유럽은 최근 러시아산 철강재 수입 금지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철강재 가격이 초강세를 보이자 터키, 인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쿼터(수입할당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도 철강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원자잿값은 뛰는데 철강 수요까지 견고하다 보니 글로벌 철강사들이 원가 인상분을 매월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계 원가 관리 비상
철강 가격이 뛰면 조선·자동차·건설·가전 등 제조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원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철강재 가격 인상은 즉시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바로 반영했다가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조업계는 원가절감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철강 가격 초강세가 당분간 확실시된다는 게 문제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원가에서 철강재 비중이 높은 만큼 주요 완제품 가격이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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