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윤 당선인과 경제단체장 오찬 회동 조율
'최순실 게이트' 연루로 사실상 '적폐' 취급 받아
계기 없이 '재계 소통창구' 복귀 부적절 지적
'과거' 간과하고 역할 맡긴 인수위 미숙 지적도
21일 가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단체장들의 오찬 회동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역할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전경련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 요청으로 이번 회동의 메신저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배제됐던 전경련이 신임 대통령 취임 전 공식 모임에 초청됐다는 것 자체가 복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재계 등에 따르면 장제원 윤 당선인 비서실장 측은 지난 18일 전경련 측에 윤 당선인과 경제단체장들의 오찬 계획을 알리면서 일정 조율도 요청했다. 비슷한 시간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비서실 쪽으로부터 “전경련 쪽을 통해 오찬을 조율하고 있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전경련 주도로 오찬 회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동과 관련해 시시콜콜 과정을 묻기 힘든 경제단체 입장에선 전경련이 윤 당선인과 가진 이번 회동을 주도했다고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단체들에선 이를 두고 볼멘 소리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재단이나 미르재단에 기업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적폐’로 지목된 전경련이 별다른 계기 없이 복권된 형태로 보여진 모양새가 부적절하단 얘기다.
1961년 출범 이후 재계의 대표적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던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했고, 많은 직원들이 떠나가면서 위상과 역할 또한 축소됐다. 이번 정부는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 행사나 경제장관회의 등의 초청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창립 6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별 다른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이랬던 전경련이 차기 대통령 모임을 주도한 모습으로 비춰지자, 인수위 시절 당선인이 처음 방문한 경제단체가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던 다른 경제단체들 입장에선 전경련의 부활을 의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 후 경제단체 중 처음 방문해 자부심을 가졌던 중기중앙회 측은 실망감이 컸을 것이란 후문도 나온다.
일각에선 인수위가 전경련의 ‘과거’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미숙하게 일 처리를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사인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전경련의 과거를 간과하고 소통창구로 사용한 건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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