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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환영한 첫등교... 아프간 기여자 자녀 끌어안은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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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환영한 첫등교... 아프간 기여자 자녀 끌어안은 울산

입력
2022.03.21 17:55
수정
2022.03.21 18: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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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28명 등 총 85명 등교 시작
새로 만난 한국 친구와 선물 주고받아
교육청, 88명 배치해 적응 지원키로


울산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등교 첫날인 21일 서부초등학교에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으로부터 환영의 의미를 담은 꽃을 받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울산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등교 첫날인 21일 서부초등학교에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으로부터 환영의 의미를 담은 꽃을 받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다 탈레반 재집권으로 갈 곳을 잃어 국내에 입국한 특별기여자의 자녀들 등교가 21일 무사히 시작됐다.

그 동안 아프간인들의 집단 이주에 반발하는 일부 여론의 반대, 원어민 교사 구인난에 따른 학사 일정 지연 등의 변수가 있었으나, 결국 학교와 지역 여론은 낯선 땅에서 배움의 기회마저 잃을 뻔했던 청소년·아동의 학교 가는 길을 두 팔 벌려 반겼다.

이날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인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19명, 고등학생 22명 등 85명은 오전 8시부터 차례로 등교했다. 초등생은 모두 서부초등학교에, 나머지 유치원생과 중·고생은 16개 학교(유치원 포함)에 분산 배정됐다.

21일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에 입학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가 든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 뉴시스

21일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에 입학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가 든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 뉴시스


특별기여자 자녀들은 별도 교실에서 6~12개월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을 익힌 뒤, 학습 정도에 따라 원래 학급에 개별적으로 복귀한다. 무상급식 등 복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기존 재학생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중·고생에게는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통학버스가 추가로 지원된다. 시교육청은 이들의 교육을 지원할 인력 88명을 배치, 1대 1 수준의 밀착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부초에서는 노옥희 울산 교육감과 학교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꽃을 건네며 환영행사를 열었고, 아프간 학생들도 이에 대한 답례로 한국인 친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애초 아프간 학생들의 집단 배정에 반발하며 다른 방안을 요구해 온 서부초 학부모들 역시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자녀들이 최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공식 입장을 통해 “아이들 간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해 시교육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며 “협의 중 이견은 있었으나 그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부정하지 않았고, 학부모들의 반대로 입학이 지연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등교 행사에서 노 교육감은 “기여자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공교육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학교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울산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 학생들이 공동체 일원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중 초등학생들이 21일 오전 울산시 동구 서부초등학교로 등교해 배정받은 특별 학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중 초등학생들이 21일 오전 울산시 동구 서부초등학교로 등교해 배정받은 특별 학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아프간 특별기여자 79가구 391명 중 29가구 157명은 올해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아프간인들이 울산에 다수 거주하게 된 것은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 등에 취업을 주선했기 때문이다. 취업자는 남성 28명, 여성 1명으로 엔진기계사업부의 12개 협력사에서 배관·도장 등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현대중공업의 사택에서 머물게 된다.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내전에서 최종 승리하자, 한국대사관 등에서 일하던 이들은 아프간에 남을 경우 서방 국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한국 정부가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규정해 국내 입국을 허락했고, 이들은 지난달까지 임시생활시설에 머물면서 국내 정착·적응 과정을 거쳤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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