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타워' 명칭 변경 제안..."황당하다" 답변
달성습지 새 이름 공모했다 반발 부딪혀 보류
'달서웃는얼굴마라톤'은 '달서하프마라톤대회'로 개명
"전시행정" vs "인지도와 상징성 위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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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청 전경. 달서구 제공
대구 달서구가 타 지자체와 달리 지역 명소와 체육시설, 행사 이름 바꾸기에 급급하면서 단체장 치적 홍보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명칭변경은 지난 2016년 보궐선거로 취임한 이태훈 달서구청장의 임기 내 사업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달서구는 지난 16일 이월드 '83타워' 명칭 변경 제안을 위해 지주사인 이랜드그룹에 공문을 보냈다가 "황당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월드 측도 "갑작스런 요청에 입장이 곤란하다"며 "요청사항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달서구에 따르면 83타워는 83층을 의미할 뿐 상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랜드마크에 걸맞는 명칭으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이 타워는 1992년 우방타워로 세워졌다가 이랜드 인수 후인 2011년 현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달서구는 83타워 명칭 변경 건에 대해 민간기업에 제안하기도 전에 외부에 공개하면서 홍보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달서구가 개명에 집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달성습지의 새 이름을 공모하면서 대구시에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을 추진했지만 달성군의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보류했다.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 지점에 형성돼 있는 달성습지는 총면적 200만㎡으로 달서구 지역이 60%가량 차지하고 나머지는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일대에 걸쳐져 있다.
달서구 측은 전체 습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기준으로 명칭변경을 추진했으나 이중 습지보호구역은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가 17만2,457㎡로 대부분이고, 달서구는 5,586㎡로 3%에 불과해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2017년에는 10회째를 이어온 '달서웃는얼굴마라톤' 대회가 '달서하프마라톤대회'로 바뀌면서 혼선을 빚었다. 이 마라톤대회는 홈페이지 도메인이 여전히 '웃는얼굴마라톤'으로 돼 있고, 달서구의 브랜드와 구가(區歌)에도 '스마일'이 등장하는데도 무미건조한 명칭으로 바뀌며 지역성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달서구는 2018년에는 도원동 일대에 사업비 61억원을 투입해 2,580㎡ 규모로 축구장 등을 갖춘 체육센터를 개관하며 '월배국민체육센터'라는 다른 지역명을 붙여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역 시사정치평론가 전해진(52)씨는 "각종 랜드마크에 대한 명칭 변경 시도는 전임 단체장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업적을 두드러지게 하려는 전시행정"이라며 "명칭변경이 꼭 필요한 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달서구 측은 인지도와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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