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부의 '욱일기 홍보' 유튜브 광고
일본 제국주의 상징 역사 삭제하고 '욱일기' 미화
'G20 서울 정상회의 로고도 욱일기' 주장
韓누리꾼, "전범 국가로서 반성 없어"
"일본의 역사 왜곡하려는 시도" 비판
# 직장인 A씨는 며칠 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영상을 보기 전 시청해야 하는 광고에 욱일기가 떡하니 등장한 것이다. "욱일기. 욱일기는 일본 문화의 일부"라는 한국어 내레이션과 함께 욱일기를 홍보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A씨는 "욱일기 자체를 홍보하는 동영상이 한국인을 타깃으로 해서 돌아다닌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일본제국주의 군대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욱일기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당 광고 영상 왼쪽 아래 부분에는 '外務省/MOFA(가이무쇼)'라는 배지가 걸려 있다. 가이무쇼는 일본 외무성으로, 일본 외교부가 광고를 의뢰한 것이다. 2분 2초짜리 해당 광고 영상은 일본 외교부 유튜브 공식 채널에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0개 언어로 올라와 있다.
이 광고는 '일본의 오랜 문화로서의 욱일기'라는 제목으로 2021년 10월 올라왔다. 게재된 지 5개월 된 영상이지만, 최근 유튜브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었다.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세종대 교양학부 호사카 유지 교수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욱일기를 주요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하고 싶어서 '욱일기는 전범기가 아니다'라고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독일의 반나치법안은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금지했지만, 이 법은 독일 국내법이라서 욱일기를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군성노예제(위안부) 문제와 민간인 학살, 강제징용 등 일제강점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사과와 반성 없이 이뤄지는 역사 왜곡 시도가 유튜브 광고에서까지 발견된 것 아니냐며 물의가 빚어졌다.
이런 광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마땅히 없다.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인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사카 교수는 "증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금지하고는 있지만, 욱일기가 아직 세계적으로 그렇게 인식되고 있지 않아 그 틈을 일본이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 외교부에서 정확하게 반박하는 동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기는 일장기, 욱일기는 일본 군대의 상징
영상에서는 "욱일기는 일장기와 마찬가지로 태양을 상징"한다며 "수백 년 전부터 상서로운 의미로 쓰였다"고 강조한다.
이어 "스포츠 응원에서는 사기를 북돋우며 승리를 기원"한다고 말하는 이 영상은 지난해 2020도쿄올림픽 당시 일본 정부 측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일본 육군과 해군을 상징했던 깃발인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21년 7월 17일 아사히신문을 통해 "욱일기는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문양"이기 때문에 "정치적 주장이나 국수주의를 상징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은 해당 영상에서도 여전히 드러나 있었는데 "명절, 환갑, 결혼 등의 경사와 사업의 번창이나 축제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며 욱일기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쓰여 왔고, 따라서 그렇게 사용되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호사카 교수는 욱일기가 갖는 문화적 정통성에 대해 "(욱일기가)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다"라며 "1800년대에 발명된 것이고, 일본의 문화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욱일기를 청사초롱에서 찾아?
그런 영상의 끝 부분에는 일본의 군대 격인 자위대를 언급하며 "(욱일기가)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로 사용된다"며 제주도와 부산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각각 2012년과 1998년 찍은 사진들로, 2018년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를 게양하고 제주항에 입항하려던 것을 막았던 한국의 주장과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욱일기 문양을 썼다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본 외교부가 욱일기 문양이라고 주장한 서울 G20 정상회의 상징물 청사초롱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장대영씨가 공모전에 출품한 '서울의 등불'이라는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청사초롱 안의 스무 가닥의 빛은 20개 회원국들의 협력"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파란색은 동해 바다를 상징하고, 청사초롱의 빨간색과 파란색은 태극문양과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청사초롱은 전통적으로 혼례때 등불로 사용되었는데, G20 정상회의에서는 어두움을 밝히고 바른길을 안내함과 동시에 손님을 환영하는 배려의 마음을 담았다. 이 상징물을 일본의 욱일기를 차용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누리꾼들 "전범국 역사 왜곡과 합리화"
이 광고를 본 대학생 B(24)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욱일기를 그렇게 합리화하고, 전쟁을 떠올릴 수 있는 상징물을 좋은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라며 "식민 지배의 아픔을 가진 한국의 목소리에 반발하며 홍보물을 내는 것은 전범국가로서 반성이 하나도 없는 자세"라고 비판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외무성(일본 외교부)에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홍보하는데 일본 국민들 인식은 어떻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누리꾼은 "한글까지 써서 욱일기를 홍보하다니 우리를 설득하려는 거냐"라며 놀라는 반응과 "전범국이 뭐가 자랑이라고 (욱일기) 광고를 만드냐"(Lapi*********)고 비판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유튜브는 이런 광고 검수 안 하냐"(bad*****)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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