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내리 일하다 하루 쉬고 근무
재래식 화장실서 쓰러져 숨져
법원 "'발살바 효과' 영향 줬을 수도"
공사 현장에서 열흘간 내리 일한 노동자가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김국현)는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2018년부터 1년 간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3개월 쉰 뒤 다시 현장에 나온 A씨는 2019년 4월 공사 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 당시 A씨는 열흘간 연속 근무한 후 하루 쉰 뒤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이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유족은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3개월 쉰 뒤 10일간 연속으로 업무하는 등 근무시간 및 강도가 사망 전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며 "(지병인) 심장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문가 소견을 토대로 A씨가 쓰러진 '좁은 화장실'도 사망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와 겨울철 배변행위 중 '발살바 효과(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것)'로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해 심박출량이 줄게 돼 급사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
재판부는 "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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