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실제 도로 위에서 전기차를 마주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익숙함 때문일까? 예전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만이 전기차를 판단하는 기준과 같았는데, 이제는 다채로운 성격과 독특한 매력을 제시하는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르노 조에(Z.O.E) 또한 성능이나 주행거리 보다는 ‘부담 없는 EV’라는 성격으로 시선을 끈다.
최근 전기차들의 체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에는 컴팩트 EV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4,090mm에 불과한 전장은 ‘유럽의 슈퍼 미니’ 사이즈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전폭과 전고 역시 1,730mm와 1,560mm이며 휠베이스는 2,590mm에 불과하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차체 하부에 자리한 배터리로 인해 1,545kg에 이른다.
컴팩트 르노의 매력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몇몇 브랜드들은 흔히 말하는 ‘전문 분야’ 혹은 ‘전문 세그먼트’가 있다. 르노의 경우에는 컴팩트 라인업이 그렇다. 실제 르노 디자인은 한 때 ‘혼란의 시기’를 겪었지만 대다수의 컴팩트 모델들은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어왔다.
오늘의 주인공, 조에 역시 마찬가지다. 조에의 디자인은 르노가 전세계에 선보이고 있는 수 많은 차량 중에서 가장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함에 있어 거침 없고, 가장 직접적으로 그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에는 르노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프론트 그릴이 시선을 끌며 헤드라이트에는 르노의 감각이 진하게 자리한다. 물론 전기차인 만큼 프론트 그릴 엠블럼의 아웃라인을 푸른색으로 연출해 미래적인,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바디킷의 경우 독특한 크롬 도트를 활용해 구성해 ‘내연기관과 같은’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의 디테일을 더했다. 이외에도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 만큼 비슷한 체격의 해치백, 소형차에 비해 껑충한 모습이다.
측면은 효율성을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A 필러 및 루프 라인, 그리고 도어 패널과 도어 캐치 등이 이목을 끈다. 여기에 깔끔히 다듬어진 네 바퀴의 알로이 휠 등은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B 필러의 데칼 부착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조에 만의 감성이 담겨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그리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트렁크 게이트를 통해 차량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만족을 더하는 공간
르노의 아이덴티티가 도드라지는 외형에 맞춰 실내 공간 역시 ‘르노의 감각’이 돋보인다.
작은 차체 안에는 르노 및 르노삼성 등을 통해 제시되는 컴팩트 모델들과 유사한 구성의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가 시선을 끈다. 소재나 연출 자체가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컴팩트한 모델에 적합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깔끔히 다듬어진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깔끔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만족감을 더한다.
르노 및 르노삼성의 차량에 다채롭게 적용된 세로형 디스플레이 패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다채로운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과 직접적인 조작의 만족감이 상당하다.
더불어 차량 사양에 따라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어 ‘전기차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공간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체격’의 제한도 있겠지만 전기차 특성 또한 공간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실제 1열 공간은 높은 플로어로 인해 헤드룸이 다소 협소한 편이다. 대신 시트의 쿠션감이 좋은 편이다.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도어를 열면 배터리로 인한 높은 플로어, 그리고 단순하게 제작된 시트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도어 패널 역시 단순한 모습이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체격에 비해 적재 공간이 넓다는 점이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다양한 물품 등을 싣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용적인 EV 패키지
조에는 성능이 도드라지거나 주행 거리의 여유를 강조하기 보다는 ‘운영하기 쉽고 편한 EV’를 지향한다.
100kW급의 R245 전기 모터는 136마력과 25.0kg.m의 토크로 소형차에게는 충분한 성능을 제시하고 실제 주행에 있어서도 뛰어난 가속 성능을 뽐내지만 기본적으로 ‘도심’ 그리고 가까운 거리의 교외를 다니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차체 하부에는 52kWh(총 용량 54.5kWh)의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309km의 주행 거리를 제시한다. 주행효율성은 4.8km/kWh(공인, 복합 기준)이며 도심, 고속 전비는 5.4km/kWh와 4.2km/kWh다.
가볍게, 그리고 편하게 즐기는 EV
조에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차체 하부의 배터리로 인해 체급 대비 상당히 높게 구성된 드라이빙 포지션이 느껴진다. 착좌감, 시야 등이 조금 어색하고 낯설지만 큰 아쉬운 부분은 아니었다.
여기에 르노 고유의 감성을 담긴 스티어링 휠이나 디지털 클러스터 등이 보는 즐거움, 그리고 드라이빙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R245 모터의 ‘알맞은 성능’이 드러난다. 제원에서 보았듯 조에는 말 우수한 성능보다는 실용적이고, 다루기 좋은 수준의 출력을 갖췄다. 더불어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출력 전개를 바탕으로 일상에서의 군더더기 없는 주행을 제시한다.
실제 발진 가속은 물론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까지 전반적으로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나 큰 불편은 없었다. 되려 예상보다 잘 달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 차량의 성격은 분명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췄지만 조금 더 멀리 달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드라이빙 모드는 노멀 모드와 에코 모드가 마련되어 있는데 체감 상 느껴지는 건 노멀 모드가 일반적인 전기차들의 스포츠 모드, 에코 모드가 노멀 모드 같다는 점이다. 성능이 탁월한 건 아니지만 출력 전개의 질감에서 나오는 차이 같았다.
더불어 기어 레버가 조금 독특한 조작감을 갖고 있는데, 사용감 자체는 좋지만 N 모드를 조율하는 것이 제법 조심스러운 조작을 요구해 때때로 번거롭게 느껴졌다.
주행 질감은 ‘프랑스 해치백’의 매력을 고스란히 계승한다.
개인적으로 조에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르노 컴팩트 해치백이 그런 것처럼 탄탄하게 조율된 차체를 바탕으로 무척 경쾌하고 기분 좋은 주행 질감을 선사한다.
특히 조향에 대한 무게감이나 반응, 그리고 차체의 움직임은 프렌치 해치백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까웠고, 그리고 PSA의 차량들이 제시하는 것 보다는 르노 특유의 살포시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노면 대응 능력도 우수하다. 체급에 비해 우수한 서스펜션 셋업으로 견고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아우른다. 덕분에 도심 속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주행 환경에서의 능숙한 모습이고, 속도를 높여 달리 더라도 만족감이 이어진다.
덕분에 조에와 함께 주행을 하면 어느새 ‘달리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전기차에서 이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특별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조에를 두고 주행 거리에 대한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제원 상 주행 거리가 그리 짧은 것도 아니며, 주행 습관 및 환경에 따라 400km에 가까운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좋은점: 세련된 디자인, 매력적인 존재감 그리고 만족스러운 달리기
아쉬운점: 협소한 공간
프로는 힘을 주지 않는다
르노 조에는 특별하거나 대단한 차량은 아니다.
말 그대로 누구라도 다루기 좋고, 사용하기 편하고 그리고 보기 좋은 존재로 느껴진다. 혹 미묘한 수준의 페이퍼 스펙으로 인해 보는 시선에 따라 애매한 존재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분명 우리의 삶을 함께 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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