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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자녀 사랑법

입력
2022.03.2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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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워런 버핏.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런 버핏. AP=연합뉴스 자료사진

6억2,000여 만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 ‘버크셔 해서웨이’의 클래스A주 가격이다. 16일 50만 달러를 돌파한 뒤 18일엔 51만2,991달러로 마감됐다. ‘가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1960년대 섬유제조사였던 이 회사 주식을 사 들일 때 주가는 10달러도 안 됐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 철도, 에너지, 산업재, 건자재, 소비재, 가구점 등 90여 개의 자회사와 37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복합 기업의 지주사다. 또 애플, 아마존 등의 지분을 가진 투자 회사기도 하다. 주가가 오르며 버핏의 재산도 1,200억 달러를 넘었다. 전 세계 5위다.

□ 관심은 앞으로도 버크셔 해서웨이의 신화가 계속될 수 있느냐다. 1930년생인 버핏의 나이를 감안하면 후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2세의 경영권 승계를 당연하게 생각하겠지만 ‘오마하의 현인’은 달랐다. 그는 “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팀을 선발할 때 20년 전 금메달을 딴 선수의 아들딸을 뽑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아버지가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고 그 자녀를 높은 자리에 올리는 건 경쟁 사회에선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버핏은 후계자로 그렉 아벨 부회장을 낙점했다. 재산의 85%는 기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아들딸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한평생을 바친 사업가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버핏 같은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긴 아직 무리다. 그러나 무엇이 정말 자식을 위한 길이고 기업도 영속할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가는 점점 늘고 있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도 같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 버핏은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주기 가장 적당한 돈은 ‘어떤 일이든 시도해보기엔 충분하면서도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고 먹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로서 자녀의 편이 되는 게 더 중요하고, 너무 많은 유산은 오히려 해롭다고 믿었다. 자녀들은 각자 세상에서 담당할 몫이 따로 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식의 진정한 행복을 바란 부자 아빠의 사랑법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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