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리 반려동물을 키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반려인 대통령이 탄생한 겁니다. 하지만 동물 관련 주요 의제인 ‘개 식용 문제’에 대한 질의에 당선인이 선거 내내 확언을 피한 만큼 관련 논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반려견 4마리(토리, 나래, 마리, 써니)와 반려묘 3마리(아깽이, 나비, 노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비숑 프리제 품종인 마리와 써니를 제외한 5마리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했습니다. 특히 반려견 ‘토리’는 유기견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당선인 내외가 17차례 수술을 감수하고 입양한 사연으로 유명하죠.
자녀가 없는 윤 당선인은 반려동물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치에 입문하며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공연히 반려동물 사랑을 과시했었죠. 또한 후보 시절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리 강아지들 아니었으면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을 어떻게 버텨왔겠나 싶을 정도”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향한 윤 당선인의 애정은 오래된 만큼, 그 진정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공약을 종종 내놓았습니다. 생활 밀착형 공약인 ‘심쿵약속’을 통해 ‘반려동물 표준수가제’, ‘반려견 놀이터 확충’, ‘개 물림 사고 방지 체계 마련’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많은 반려인들과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윤 당선인을 향해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개 식용 종식’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개 식용 찬성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당선인이 국민의힘 경선후보였던 지난해 10월, TV토론회에서 “식용 개라는 건 따로 키우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습니다.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반려인들은 개 식용 문제에 민감해한다. 반려동물 학대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개 식용 문제에 대한 윤 후보의 입장을 묻자 나온 발언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졌던 유 전 의원은 토론회 이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식용 개는 도살하고 먹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니 듣기가 거북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토론회 직후 동물단체들도 일제히 당시 윤 경선후보를 규탄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성명서를 통해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자가 법률 어디에도 없는 식용견 구분을 운운한다”며 맹비난했고, ‘동물자유연대’는 “반려견으로 키우다 유실되거나 도둑맞은 개가 개 농장과 도살장으로 유입돼 식용으로 유통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국내 개 식용 산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윤 당선인은 개 식용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으면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17개 동물보호단체가 결성한 ‘동물권대선대응연대’(대응연대)는 2월, 동물정책과 관련한 질의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야생동물 등 동물 정책 전반에 관한 질의였습니다. 동물단체들이 제안한 정책 내용에 윤 당선인은 대부분 동의하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개 식용 금지 법제화와 관련한 질의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응연대를 주도한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는 “사회적 합의는 이재명 후보도 언급했지만,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모란시장 내 식용견 시장을 폐쇄했고,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공공연히 개 식용 금지 의지를 보였다”며 “윤 당선인의 경우 이런 과거 행보 없이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해 말한 사례가 있으니 솔직히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논의기구)를 운영 중입니다. 논의기구는 개 식용 산업 실태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공식적인 활동 기간은 올해 4월까지나 필요시 기한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논의기구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있어 여론 수렴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취임하는 5월 정권이 교체되는 만큼 기한이 연장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조 대표는 “개 식용 문제는 한국에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유기견의 아픔에 공감하며 입양까지 했던 당선인이 다른 개들, 더 나아가 동물들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