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기대" 소년재판 혜린이 사건... 형사재판선 “반성 없어"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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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기대" 소년재판 혜린이 사건... 형사재판선 “반성 없어" 유죄

입력
2022.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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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받으려는 노력도 않고 법 우습게 알아"
소년재판부 송치 뒤 지적 여고생 또 괴롭혀
잇단 집행유예 "피해자 고통 비해 처벌 낮아"
사이버불링과 2차 가해 양형기준 마련 시급

편집자주

성폭행과 또래들의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16세 소녀의 이야기를 추적했습니다. 출구 없는 현실 속에서 홀로 모든 고통을 감당했던 혜린이의 비극적 삶을 통해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짚어봤습니다.

성폭행 피해에도 이름과 번호를 바꾸며 삶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가해자 선고 직전 또래 학생들의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온라인에서 특정인 대상 집단적·지속적·반복적 모욕·따돌림·협박 행위)과 오프라인에서의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혜린이(가명·16)의 방. 김영훈 기자

성폭행 피해에도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삶의 의지를 드러낸 열여섯 살 소녀 장혜린(가명·16)양을 상대로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과 2차 가해를 자행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몰고도 소년재판부로 송치돼 논란이 됐던 가해자(관련기사 ☞[단독] 법원, 죽은 혜린이 아닌 가해자들 감쌌다... 형사처벌 면해)가 정식 재판에 회부된 뒤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혜린이와 평생 딸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고통에 비해 처벌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 징역 2년·집행유예 4년 선고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전날 공갈과 명예훼손, 폭행, 협박,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18)양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양은 2020년 9월 25일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에서 혜린이가 성적으로 문란하고,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올렸다. A양은 혜린이가 전학하려고 하자, 또래에게 “원래 XXX인데, 이미지 세탁할라고 이름 바꿈. 애들한테 소문 좀 내줘. 니네 동네에 걸레 한 명 갈 꺼야”라고 말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이름까지 바꾸며 전학을 준비하던 혜린이의 신상과 피해사실을 들춰내며 조롱거리로 삼은 것이다.

A양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또래들이 보는 가운데 우산으로 혜린이 머리를 내리치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사이버불링과 2차 가해에 시달린 혜린이는 그해 9월 27일 방문을 잠근 채 이불을 품에 안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혜린이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 1심 판결문 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재판부, A양 반성의 기미 없다고 판단

A양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혜린이의 비극이 발생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 선고공판을 1주일 앞둔 지난해 5월 18일 재판부는 돌연 A양을 소년재판부로 송치 결정했다. 검찰이 재판부 결정에 반발해 항고한 뒤 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일반 재판부로 넘어와 공판이 재개됐다. '돌고 도는' 법원 결정으로 선고가 늦춰지면서 혜린이 부모의 가슴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심 재판부는 앞서 '소년'이라는 이유로 A양을 소년재판부로 송치했던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한국일보가 소년재판부 송치 결정문과 1심 판결문을 비교한 결과, 결정문에선 '피고인이 소년(19세 미만)으로서 보호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적시한 반면, 이번 판결에선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소년부 송치를 결정한 재판부는 A양이 전과기록이 없고,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A양 선고를 담당한 재판부는 'A양이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를 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법질서를 우습게 아는 태도가 인성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또래 집단이 혜린(가명·16)양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가해자들의 범죄행태. 가해자들은 소년재판부 송치 이전과 이후에도 혜린이에게 가한 범행과 유사한 수법 등 수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사이버불링·2차 가해 처벌수위 낮아

A양은 지난해 소년부 송치가 결정돼 형사재판을 피하게 되자 불과 한 달도 안 돼 혜린이를 함께 괴롭혔던 B(18)군 등과 함께 지적장애 3급 여고생을 타깃으로 삼았다. A양과 B군 등은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와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고 담배꽁초가 담긴 재떨이와 샴푸를 몸에 부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장기 1년∼단기 10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선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관련기사 ☞[단독] 혜린이 죽음 반성한다더니… 가해자들 소년부 송치되자 유사 범죄) A양은 앞서 혜린이의 죽음에 '깊이 반성한다'는 반성문을 제출해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이후 유사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처럼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에도 전날 A양에게 재차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사이버불링과 2차 가해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 고통에 비해 처벌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혜린이 변호를 맡아온 박새롬 변호사는 "소년범 신분을 감안해 개선과 교화를 통해 살아가라는 취지로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혜린이는 이미 삶을 마감했고 혜린이 부모님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지 않느냐"며 "허탈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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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린이의 비극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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