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퇴직금 50억' 곽상도 전 의원 "인생 송두리째 부정당했다"

공판준비기일 출석
"충분한 방어 기회 달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와 관련해 핵심 인물로 지목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국일보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첫 재판에서 대가 관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는 17일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곽 전 의원과 김씨는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곽 전 의원은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고 "이 재판에 오면서 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검찰 공소사실에는 내가 어떤 행위를 저질러서 범죄가 된 것인지 기재돼 있지 않고 영장범죄 사실을 봐도 무엇을 했는지가 빠져 있다"며 "그런데도 영장이 발부돼서 이 법정에 와 있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은 특히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강조한 뒤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서도 "검찰은 아무런 관련성을 찾지 못한 채 억지춘향 격으로 구속하고 기소했다"며 "법정에서 무죄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등으로 50억 원(실수령액 약 25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20대 총선 전후 2016년 3~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는 아들 병채씨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재판이 마무리되기 전 일찍 법정을 떠난 그는 "퇴직금은 어떻게 산정된 것이냐", "곽 전 의원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