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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주접이 풍년', 전 세대 예능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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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주접이 풍년', 전 세대 예능의 좋은 예

입력
2022.03.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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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 중인 KBS2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한다. KBS2 '주접이 풍년' 영상 캡처

최근 방송 중인 KBS2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한다. KBS2 '주접이 풍년' 영상 캡처

"세상의 모든 덕질을 응원합니다." 바야흐로 전 세대의 '덕질 시대'다. 과거 102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덕질이 이제는 중장년층에게도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주접이 풍년'이 전하는 의미가 제법 여운이 깊다. 스타와 팬의 만남을 주선하는 오프라인 팬미팅 이상으로 덕질이 갖는 순기능을 내세운다.

최근 방송 중인 KBS2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한다. 팬들의 사연과 함께 덕질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덕질의 순기능을 조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고 또 중장년층에게는 또 다른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짚어주고 있다.

'주접이 풍년'에는 송가인 임창정 장민호 등이 출격했다. 임영웅 김호중은 불참했지만 각자 영상 혹은 자필 편지로 팬들의 애정에 화답했다. '최애'는 다르지만 팬들의 사연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힘든 삶 속에서 스타로 인해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 팬은 병마와 싸웠던 순간 스타의 노래가 힘이 됐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팬은 긴 수험 시간 동안 스타의 응원으로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덕질의 대상이 있어서 살아가는 힘을 얻었고 자신의 인생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스타의 출연과 상관없이 스튜디오의 팬들은 모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저 내가 스타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바쁘다. 팬들의 하루를 쫓아가는 일상 카메라도 유쾌하다. 집을 빼곡하게 최애의 굿즈로 채우거나 최애가 다녀간 장소를 방문한다. 어린 팬층에게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주접단'에 맞서는 반대석(덕질을 반대하는 출연자들)의 존재감도 크다. 덕질에 대한 과몰입이 일상을 망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다. 주접단과 반대석의 소소한 갈등이 또 다른 재미로 남았다.

단순히 팬들의 '주접'만을 다룬다면 '주접이 풍년'의 가치는 희미했을 터다. 스타 강사 김미경은 6회에 출연해 덕질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김미경은 '덕질'을 하면 건강할 수 있다며 "몸과 마음이 외롭지 않으면 오래 산다. 실제 수명보다 공동체와 함께 할 때 10년 더 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미경은 부모들의 덕질을 장려하면서 "덕질이란 누군가를 통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얻는 스스로의 성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덕질하는 대상이 누구든 무엇이든 행복해진다는 의미다. 수년 전 중장년층에게 트롯 열풍이 일면서 덕질 문화 바람도 덩달아 불었다. 트롯 가수들이 아이돌 못지않게 대중교통 전광판 광고를 지배했다는 것이 방증이다. 중장년층도 어린 팬층 이상으로 활발히 발로 뛰고 움직인다. 최애 투어를 따라가고 최애의 모교에 기부한다. 이는 최애를 위한 사랑 표현법이면서도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KBS2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한다. 배우 이태곤은 덕질에 대한 조금씩 이해하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덕질을 하는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KBS2 '주접이 풍년' 영상 캡처

KBS2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한다. 배우 이태곤은 덕질에 대한 조금씩 이해하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덕질을 하는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KBS2 '주접이 풍년' 영상 캡처

진행을 맡은 배우 이태곤의 변화가 '주접이 풍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닮아있다. 이태곤은 방송 초반 주접단의 최애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대석의 의견에 주로 동조하면서 덕질을 향한 열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이태곤은 덕질에 대해 점점 더 이입하는 중이다. 특히 김미경의 강의를 듣던 이태곤은 "팬들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가 간다. 살면서 "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이처럼 '주접이 풍년'은 적절한 시의성과 의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충족시켰다. 비슷한 포맷으로 피로도를 높인 예능들 속에서 뚜렷한 기획과 색채를 내세웠다. 자연스럽게 시청률도 순항 중이다. 2회 만에 목요 예능 1위로 올라섰다. 다만 회차마다 출연하는 스타에 따라서 들쑥날쑥한 편이다. 이처럼 변동이 큰 성적표는 연출진의 숙제다. 좋은 메시지를 무기로 내세운 '주접이 풍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감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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