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투쟁, 약칭 ‘춘투(春闘·슌토)’라 불리는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에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임금 인상 기조에 호응하고, 국제 원자재·물류 가격 급등의 여파로 물가상승이 예고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의 춘투는 1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렌고)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2월에 각 기업별 노조가 임금 인상안을 기업에 제시하고, 3월에 기업에서 회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6일은 기업으로부터 응답이 몰리는 ‘집중 회답일’이었다. 자동차 전기 철강 등 주요 대기업 노조가 가입한 금속노협은 회답을 받은 54개 가맹 노조 중 53곳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금 인상이 억제됐던 전년도(54곳 중 39곳)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인상액 평균도 월 1,994엔(약 2만 원)에 달해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속노협 가네코 아키히로 의장은 “경영자 측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예년 이상으로 이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도요타가 가장 먼저 타결됐다. 지난달 23일 첫 교섭부터 아키오 사장은 “회사와 노조 간 인식 차가 없다”고 말해, 월급 9,200엔(약 9만4,500원) 인상과 추가 성과급 등 노조의 요구를 전액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뒤이어 닛산, 혼다, 히타치, 도시바 등이 조합의 인상 요구를 전액 수용했다. 임금인상률은 히타치가 2.6%(전년 2.1%), 닛산 2.2%(전년 1.9%), 일본제철 3%(전년 1%)에 달한다.
일본 대기업이 빠른 속도로 춘투 협상을 타결한 것은 지난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된 영향도 있으나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걸고 기업에 3%대 임금 인상을 촉구한 기시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는 목적도 있다. 도요타 사장은 노조와의 첫 협상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총리관저를 방문했다. 사쿠라다 겐고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역시 대기업의 ‘전액 회답’ 요인에 대해 “총리가 제시한 3% 수준을 의식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잃어버린 30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에 공급 가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점도 빠른 임금인상 타결의 배경이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과 동시에 ‘아베노믹스’를 내건 후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0~1%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와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올해 4월부터는 2% 목표가 외부 요인에 의해 달성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적극적인 임금 인상이 이어질지 불확실하다. 일본상공회의소 미무라 아키오 회장은 “30% 정도의 기업은 (임금 인상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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