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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는 다차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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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는 다차원의 시선

입력
2022.03.18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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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클루게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1945년 4월, 연합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독일 할버슈타트 거리. 문학과지성사 제공

1945년 4월, 연합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독일 할버슈타트 거리. 문학과지성사 제공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빔 벤더스, 베르너 헤어초크 등과 함께 독일 뉴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영화감독 겸 소설가, 문화비평가인 알렉산더 클루게가 2008년 펴낸 책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한 달 전 저자가 살던 독일 소도시 할버슈타트에서 벌어진 연합군의 무차별 폭격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았다. 1977년 출간한 저서의 한 부분으로 먼저 썼다가 30년 뒤 별도의 책으로 냈다.

1945년 4월 8일 연합군 폭격기 215대가 대량의 폭탄을 터트리자 무방비 상태의 도시는 단 몇십 분 만에 초토화된다. 당시 저자의 나이는 열세 살. 저자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는 배제한 채 실제 자료들과 가공한 자료들을 모아 당시의 폭격 전후 현장을 회고, 목격담, 인터뷰, 토론, 보고서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서술한다.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알렉산더 클루게 지음·이호성 옮김·문학과지성사 발행·239쪽·1만4,000원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알렉산더 클루게 지음·이호성 옮김·문학과지성사 발행·239쪽·1만4,000원

저자는 여러 진술을 종합해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설명하기보다는 각 인물들이 겪는 파편화된 경험을 각자의 시점으로 전하며 역사적 현장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가해국·피해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떠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폭격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한편,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파괴적 경험을 생생히 전한다. 우크라이나 민간 거주지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이 이어지는 요즘, 더욱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책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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