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가죽, '친환경' 맞는지 의심되면...가치소비 플랫폼에서 확인하세요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비건 가죽, '친환경' 맞는지 의심되면...가치소비 플랫폼에서 확인하세요

입력
2022.05.22 09:00
0 0

기업들, 친환경으로 마케팅하는 '비건 가죽'
알고 보면 플라스틱 기반 인조 가죽인 경우 많아
소비자 대신 검증해주는 가치소비 플랫폼 등장 눈길

게티이미지뱅크


"난 또 잘못된 소비를 하고 있었네."

평소 환경과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A씨는 '친환경 비건 가죽'이라는 문구를 믿고 구매한 자신의 가방이 후회스럽다. 가방의 소재를 자세히 보니 폴리우레탄(PU)이라고 되어 있던 것이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레자'라고 부르는 인조 가죽에 쓰이는 소재다. 주로 매립으로 폐기되는데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버젓이 친환경이라는 말로 A씨와 같은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한지가 가방이 되기까지…가치소비 열풍에 주목받는 비건 가죽

한지로 만든 가죽. 하운지 홈페이지

A씨 처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맞춰 소비하는 성향을 '가치소비(미닝아웃)'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비거니즘은 동물성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패션계에서도 비건이 화두로 떠오르며 가능하면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죽은 비윤리적 작업 방식 때문에 환경 단체들로부터 꾸준히 비난을 받아 왔다. 부드러운 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의 생살을 뜯어내야 하고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동물을 어미의 배에서 꺼내기도 한다.

이에 글로벌 기업부터 개인 판매자까지 가죽을 동물의 피부가 아닌 다른 소재로부터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건 가죽은 버섯, 사과, 선인장, 파인애플, 포도, 한지 등의 식물성 소재나 인공 물질로 만든 가죽을 말한다.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무두질(동물의 원피에서 가죽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쓰이는 화학제품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비건 가죽을 주목해 왔다.



비건 가죽이라고 다 친환경은 아니야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환경을 위하고자 구매한 제품이 오히려 환경을 해친다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기업에 우롱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비건 가죽 제품의 소재를 들여다보면 폴리우레탄(PU), 폴리에스터(Polyester), 폴리염화비닐(PVC)로 표기된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비건 브랜드를 표방하는 기업의 제품 중에서 몸통만 식물성이고 뒷면은 인조 가죽인 경우도 많다. 2021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체인징마켓파운데이션(CMF)'은 "유럽의 의류 기업들이 내세운 '친환경' 의류의 59%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보고서에서 발표했다.

이렇게 화학적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인조 가죽은 제조와 폐기 과정에서 환경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①폴리우레탄은 태우면 유독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매립해서 버리지만 분해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②폴리에스터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세탁할 때 미세플라스틱도 배출된다. ③폴리염화비닐을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주로 쓰는데 이는 내분비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성분을 지니고 있다. 태울 때 유독 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이 비건레더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인조 가죽이나 합성 가죽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처럼 비건 가죽이라는 탈을 쓰고 나온 인조 가죽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심리와 실제 제도적 관행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적 속성은 제품의 생애주기를 전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플라스틱 합성섬유를 친환경이 아니라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게 대신 확인해 드립니다

기업이 받은 인증 마크별로 검색하고 각각의 설명을 볼 수 있게 돼 있다. 이스토어(e-store) 36.5 홈페이지 캡처

이런 이유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해한 성분과 소재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꽤나 번거롭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행한 인증 마크다. 대표적으로 '리핑 버니(Leaping Bunny)' 마크는 제품 생산 모든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기업에 부여하는 것으로 북미 동물보호단체 연합(CCIC)에서 발행한다.

기업들은 다양한 인증 마크를 내세워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각각의 인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철저한 검증을 마친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가치소비 플랫폼들이 떠오르고 있다.

①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이스토어(e-store) 36.5'환경뿐만 아니라 기술 품질이나 사회적 가치와 관련하여 무슨 인증을 받았는지 인증제별로 검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검색 필터에서 '녹색물품'을 선택하면 환경 관련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나타난다. 해당 인증은 어떤 기준을 거쳐 받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②가치소비 플랫폼 '내일의쓰임'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소재 정보와 획득 인증, 실제 운영 방식을 확인한다. 엄선된 브랜드는 제로웨이스트(쓰레기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제품을 재탄생시키는 것) 등의 키워드별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효진 내일의쓰임 대표는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증이 취소되거나 기업의 운영 방식이 달라지면 입점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며 "실제로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가 나와 입점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소비 플랫폼 '비보트'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소비 경험을 공유하고(왼쪽)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오른쪽). 비보트 홈페이지 캡처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기도 한다. 가치소비 플랫폼 '비보트'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커뮤니티 페이지를 제공한다. 해당 페이지에서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후기를 남기거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국에 있는 가치소비자들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정보 교류의 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환경에 주는 피해를 덜어줄 소재 연구 활발

재활용 폴리에스터 기반의 레이스-텍스(race-tex) 소재를 이용한 포르쉐의 자동차 시트. 포르쉐 공식 홈페이지

플라스틱 기반의 인조 가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의 헤르만 하이피에퍼 박사의 연구팀은 폴리우레탄을 생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기존의 플라스틱 기반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신소재를 개발하기도 한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레이스-텍스(race-tex)와 높은 온도에서 변형해 재활용할 수 있는 열가소성 폴리에스터엘라스토머(TPEE)는 환경에 비교적 부담이 덜한 인조 가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가윤 인턴기자
신혜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