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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160조 투하... 반도체 시장, 인텔발(發) ‘쩐의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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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160조 투하... 반도체 시장, 인텔발(發) ‘쩐의 전쟁’ 격화

입력
2022.03.1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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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유럽 전역에 반도체 연구·생산 기지
전 세계 수급난에 "아시아 의존도 줄이자"
TSMC·삼성전자도 "천문학적 투자" 맞불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비즈니스 리더 미팅에 참석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비즈니스 리더 미팅에 참석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산업 패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진원지는 왕년의 '반도체 제왕으로, 막대한 실탄을 장전하고 참전한 미국의 인텔이다.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공격적인 행보로 일관하면서다. 경쟁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에 인텔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반도체 동맹이 견고해지면서 업계 선두주자인 아시아의 TSMC와 삼성전자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지각변동까지 예고되고 있다.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 '반도체' 기지 건설

팻 겔싱어(오른쪽) 인텔 CEO가 1월 21일 백악관에서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팻 겔싱어(오른쪽) 인텔 CEO가 1월 21일 백악관에서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인텔은 1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유럽 반도체 투자 세부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 유로(약 110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후, 친정인 미국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앞서 공개한 400억 달러(50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및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까지 포함하면 1년 새 무려 약 160조 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인텔은 우선 유럽 전역에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할 전진기지 구축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엔 170억 유로(약 23조 원)를 들여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신설, 2027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아일랜드 레익슬립 공장엔 120억 유로(약 16조 원)을 투자해 기존 시설을 2배로 확장한다. 프랑스엔 연구·개발(R&D) 허브를, 이탈리아엔 포장 및 조립 등 후공정 시설도 건설한다. 폴란드에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연구소를 50% 확장하고, 스페인에선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와 협력해 공동연구소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세계적 반도체 수급난에 인텔과 미국·유럽의 '동맹' 견고해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8일 미국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챈들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8일 미국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챈들러=AP 연합뉴스

인텔과 유럽의 공조는 반도체 왕국 재건에 나선 인텔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인텔은 최근 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선 AMD에 추격을 허용하고, 생산과 매출에선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반도체 공급난에 유럽연합(EU)도 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EU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총 생산량의 9%에 불과한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에 공공과 민간에선 이미 430억 유로(약 59조 원) 투자 계획도 내비쳤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모자라는 데다,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전 유럽에 걸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긴장 늦출 수 없는 TSMC·삼성전자, 천문학적 투자 예고

대만 신주의 TSMC 본사. 신주=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신주의 TSMC 본사. 신주=로이터 연합뉴스

아시아를 상대로 한 인텔과 미국, 유럽의 삼각동맹이 견고해지면서 TSMC와 삼성전자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인텔의 파상공세가 이어진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자생력 갖추기에 나선 미국과 유럽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의 정부 예산을 투자하는 법안 통과에 올인하고 있다. 유럽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시설투자 기업에 주어질 40% 세금 공제 제도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에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TSMC는 올해 전년 대비 40% 늘어난 420억 달러(52조 원)를 설비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170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여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에 2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내준 인텔이 완성차 업체가 포진한 유럽을 교두보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첨단 미세 공정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TSMC와 삼성전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만큼 인텔의 투자 성과에 따라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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