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생애 미혼'이 새로운 인생 모델로 부각되는 시대다. 실제로 20대 절반 이상은 비혼 독신과 무자녀에 동의한다는 통계도 있다. 생애 미혼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소득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돈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시대의 흐름과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 있다. 그것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연예계에서 '별종'이 등장했다. 지난 2016년 Mnet '언프리티 랩스타3'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자이언트핑크의 이야기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던 그가 이제는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결혼한 자이언트핑크는 현재 분홍이(태명)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 엄마다. 최근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 남편과 함께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흔히 여자 래퍼들에겐 '센 언니'라는 시선이 쏟아지지만, 자이언트핑크는 털털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뽐내며 편견을 깨부수는데 일조했다. 그의 절친인 허영지는 자이언트핑크를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전 매력뿐만 아니라 남편과의 러브 스토리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은 자이언트핑크가 데뷔하기 전인 20대 초반, 소개팅으로 만났다. 하지만 서로 첫 만남부터 호감을 갖진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의 패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자이언트핑크는 "(남편이) 빡빡머리에 찌찌가 보이는 나시, 샛노란 핫팬츠를 입었었다. '저 사람이랑 어떻게 데이트를 하지?' 싶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어두운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호감이 싹텄고 둘은 결국 연인이 됐다. 그러나 막상 사귀어보니 너무나도 달랐고, 툭하면 이별을 했다. 남편 한동훈은 "365일 중에 60일은 헤어져 있는 날이었다. 취향부터 생활 패턴, 음식, 성격 모든 게 달랐다"고 회상했다.
연애 시절 한동훈은 '나쁜 남자'였다. 자이언트핑크는 그를 향해 "여보는 왕자였다. 허세 빼면 시체였다. 모든 게 자기 위주였다. 데이트하려면 송탄에 내려가고 차 끊기면 친구 집에서 잤다. 그래서 헤어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동훈 역시 한없이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인정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이들은 4년 후 우연히 평택의 한 술집에서 재회했다. 달라진 한동훈을 보며 자이언트핑크는 마음속 한구석의 화가 풀렸다. 한동훈은 유명세를 치른 이후에도 변함없이 착하고 순수한 자이언트핑크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졌다.
현재 홍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 한동훈은 과거 한 달에 백만 원을 벌던 때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자이언트핑크는 결혼하자고 했고, 한동훈은 자신의 부족한 경제력 등을 고려해 상황을 회피했다. 하지만 자이언트핑크는 끝까지 그를 설득했다. 남편은 당시를 회상하며 "결혼에 집착해 줘서 너한테 진짜 고맙다"며 "연예인인데 월 100만 원 버는 애한테 결혼하자는 모습이 신선했다. 나였으면 그렇게 못한다. '이렇게 순수한 애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며 속내를 고백했다.
카메라 앞에서 가식이 없는 점도 이들 부부의 매력 중 하나다. "내 어디가 좋아?"라는 아내의 물음에 "얼추 다 좋아"라고 하는 남편, "넌 내가 어디가 좋은데?"라는 질문에 "적당히 반반하니까"라고 답하는 아내. 남편은 "칭찬이네"라고 응수하고, 아내는 "그러니까 우리 둘이 결혼한 거야"라고 맞장구친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들의 건물 매입 기사가 쏟아지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남편과 하루하루를 성실과 열정으로 채워가는 연예인 자이언트핑크의 일상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몇 년 뒤 '한강뷰 집'을 아내의 명의로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한동훈의 모습은 과거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뻔하지만 감동적인 클래식 멜로랄까.
물론 두 사람이 방송으로 인기를 얻고 광고 수익을 끌어모으면 예상보다 더 빨리 한강뷰 집으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혹자는 배신감을 토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오로지 사랑만을 바라본 자이언트핑크의 순수한 마음까지 퇴색되지는 않길 바란다. 이렇게 예쁜 부부를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치 곧 태어날 분홍이의 이모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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