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는 의원님들, 겸직 신고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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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뛰는 의원님들, 겸직 신고는 뒷전

입력
2022.03.22 04:30
수정
2022.03.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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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초의원 겸직 신고는 ‘있으나마나’
전국 226개 기초의회 2978명 전수 분석
10명 중 4명은 부실 작성했거나 미신고
신고 안 한 1642명 중 763명 버젓이 겸직
기재 누락 수두룩 "풀뿌리 민주주의 불신"
"기초의회 권한 커졌는데 이해충돌 심각"

전국 226개 기초의회의 시군구의원 2,978명(중도사임·제명 등으로 인한 의원직상실자, 비례승계자 포함) 중 40%는 겸직 신고를 부실하게 했거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경남 하동군의원 9명을 포함한 18명의 기초의원은 겸직 신고서류 4가지 항목 중 3가지 항목을 누락했다. 사진은 하동군 의회 전경. 하동=윤현종 기자

전국 226곳의 기초의회에 속한 민선 7기 기초의원 2,978명 가운데 1,177명(40%)이 겸직 신고를 부실하게 했거나 겸직을 하고 있는데도 아예 신고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기초의원들이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일보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및 함께하는시민행동과 협업해 전국 226곳의 기초의회(시·군·구 의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겸직을 신고한 기초의원 1,336명 가운데 414명은 신고 서류에 기재해야 할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겸직 신고를 하지 않은 기초의원 1,642명의 경우에도, 실제로는 763명이나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초의원들의 겸직 신고는 지방자치법 35조와 행정안전부가 2018년 발간한 '지방의원 의정활동 안내서'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영리∙비영리, 공공단체, 민간사업자(자영업자)를 불문한 모든 겸직의 상세내용을 정해진 양식에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 올해 1월 개정돼 시행 중인 지방자치법(43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초의원들의 이해충돌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기초의원들의 허술한 겸직 신고 행태가 드러났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기초의회 권한은 되레 대폭 강화됐다. 기초의회 의장은 인사권을 갖고 의회 직원을 뽑을 수 있게 됐고, 조례 제정과 관련한 입법 재량권도 커졌다.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들이 속한 전국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도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구시대적 틀을 벗고 자치분권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며 환영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초의회에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됐지만, 자질 문제와 정치권 줄서기, 각종 비위로 기초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동네 일꾼으로 뽑혔다지만 우리 지역 기초의원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주민들이 태반이라, '기초의원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기초의원들의 비뚤어진 겸직 행태와 이해충돌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겸직 신고자 30% 부실 기재와 누락

전국의 226개 시군구 지자체에선 지방자치법에 따라 기초의원들의 겸직 신고 방법과 절차를 조례로 정해 놨다. 의원들은 겸직신고서 양식에 표시된 △겸직 중인 단체(사업체)명 △재직기간 △겸직처 주소 △겸직처에서 받는 보수(급여) 등 4개 항목을 의무적으로 기재한 뒤, 이를 자신이 속한 기초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기초의원들이 의회에 제출한 겸직 신고서 뭉치. 이한호 기자

그러나 의원들이 제출한 겸직 신고 서류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다 보니, 부실 서류가 가득했다. 한국일보 분석 결과 겸직신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전국 기초의원 1,336명 가운데 필수 기재 항목을 누락한 의원이 전국 102개 의회에서 414명에 달했다. 충남 천안시의회의 경우 시의원 25명 전원이 겸직을 신고했지만, 24명은 필수 기재 항목인 재직기간·겸직처 주소·보수 중 2개 항목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처럼 2개 항목 이상을 비워 둔 채 '하나 마나 한' 겸직 신고를 한 의원은 전국적으로 41개 기초의회에서 1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체명을 제외한 3개 항목을 모두 누락한 채 신고한 기초의원도 9개 의회에서 18명이나 됐다. 특히 경남 하동군 의원들은 전체 군의원 11명 가운데 9명이 3개 항목을 누락한 겸직 신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의원 대부분이 사실상 '백지 신고'를 한 셈이다.

하동군의회 이학희 의원(65∙국민의힘)은 민선 7기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 △진교면 체육회 이사 △진교면 발전협의회 부회장 △하동군 파크골프협회 이사 등 9건의 겸직신고서를 내면서 재직기간·겸직처 주소·보수 항목을 모두 적지 않았다. 강희순 군의원(62∙국민의힘)도 하동군 새마을지회 이사 등 겸직 신고서 5건을 부실하게 작성한 채 의회에 제출했다.

경남 하동군의회 청사 1층 복도에 위치한 의원들 사무실 모습. 하동=윤현종 기자

하동군의회는 소속 의원들의 겸직 신고서가 부실하다는 본보 지적에 대해 “2018년 당선자들로부터 신고서를 제출받으면서 의회사무과에서 일괄 접수했는데, 겸직 신고 자체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항목별 기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 의원들이 고의로 누락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겸직 신고서 부실 기재에 대한 하동군의회 차원의 제재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하동군의회 설명처럼 올해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겸직 신고서 부실 기재가 적발됐을 경우, 이를 제재하는 조항 자체가 없다. 본보가 전국 226곳의 기초의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조례를 살펴본 결과, 43곳에선 부실 기재와 관련해 의원들을 징계할 수단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겸직 신고를 두고 '있으나 마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의해 올해부터는 겸직 신고 내역을 의무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기 때문에 (제재 조항이 없더라도) 성실 신고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리목적’ 신고해 놓고 '보수' 누락 114명

겸직을 신고한 기초의원 1,336명 가운데 885명은 겸직 신고 서류를 소속 의회에 제출하면서 겸직처를 민간기업과 자영업 등 '영리목적 사업장'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14명은 신고 서류에 기재하도록 돼 있는 ‘보수’ 란에 아무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함평군의회 허정임 의원(67∙더불어민주당)은 2건의 겸직 신고 서류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기관·단체명과 직위 란에 각각 ‘대명빌딩(임대업) 대표’ ‘신광축산영농조합법인 감사’라고 썼지만 보수는 적지 않았다.

허정임 전남 함평군의원이 소유한 광주광역시 빌딩. 허 의원은 이 건물에서 임대업을 한다고 겸직 신고서류에 적었지만 '보수'는 기재하지 않았다. 광주=윤현종 기자

한국일보 취재 결과, 허 의원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로 도로변의 연면적 926㎡(약 280평) 규모 5층 상가 건물과 토지를 2011년 이모씨와 함께 21억3,000만 원에 매입했다. 광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허 의원 건물에 대해 “1층(185.34㎡) 기준으로 33㎡(10평)에 산술적으로 월 100만 원 정도의 임대 수입을 낼 수 있는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건물 임대업을 하면서도 보수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로 “신고 서류에 근로소득인 ‘급여’만 적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업 소득이 월급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입자들에게서 월세를 제때 받지 못해 작년에만 6,500만 원 적자를 봤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영농법인 감사로 재직 중인데도 보수를 기재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서류상으로만 영농조합법인이고 실제로는 건물 임대업을 하고 있는데, 공실이 많아서 이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함평군의회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겸직 신고 서류 작성 기준에 대한 지침이나 교육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했다.

'영리목적 종사' 겸직을 신고한 기초의원 885명 중 재직기간을 기재하지 않은 의원은 97명으로 집계됐다. 김성택 부산 북구 의원(50∙국민의힘)은 당선 직후인 2018년 7월 제출한 겸직 변경신고서에 ‘일신금속열처리 이사’라고 썼지만, 재직기간을 따로 적지는 않았다. 김 의원과 인척관계인 이 회사 대표와 북구 의회에 따르면, 김 의원은 구의원 당선 전인 2017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해당 업체 이사로 재직 중이다.

북구 의회 관계자는 “김 의원이 ‘재직기간 기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안 적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례에는 겸직 신고 서류의 부실 기재를 제재하는 조항이 없어, 김 의원이 이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적은 없다. 취재진은 김 의원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그래픽 송정근 기자

겸직 신고서에 기재한 상세 내용의 사실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호귀 서울 강남구의원(65∙국민의힘)은 ‘부동산 임대업’을 겸직한다고 적었지만 보수는 ‘미수령’으로 기재했다. 이 의원은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손해를 부동산 임대수입으로 보전하느라 실제로 버는 돈은 없어 ‘미수령’으로 적었다”며 “임대업으로 발생한 소득은 재산신고도 하고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겸직 문제에서 드러난 기초의원들의 비뚤어진 행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뢰를 깎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더좋은지방자치연구소장은 “겸직 신고서는 기초의원을 상임위원회에 배정할 때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쓰이는 기본자료"라며 "신고서를 부실 기재해 제출한 의원이 수백 명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전국 기초의원 2,978명의 겸직 현황 전수분석 결과를 직접 확인하세요 바로가기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njob/


윤현종 기자
임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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