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X-19N)로 임상 2상에 진입했던 제넥신이 백신 개발을 포기했다. 몇몇 업체는 아예 추가접종(부스터샷)용으로 방향을 트는 등 후발 주자인 국내 백신 개발이 휘청이고 있다. 기존 계획대로 밀고 가는 곳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다는 게 문제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근 백신 개발을 접었다. 제넥신은 지금까지 93억 원의 정부지원을 받았는데, 글로벌 2·3상에 들어가면 수백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제넥신 관계자는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개발을 하다 지난해 부스터샷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변경 신청을 하고 허가까지 6개월 넘게 기다렸는데, 그 와중에 선진국들은 3차 접종까지 완료했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긴급성도 떨어졌다"며 "글로벌 2·3상에 돌입해 자금을 투입한들 화이자와 모더나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진원생명과학은 기본 접종용 DNA 백신 후보물질(GLS-5310)을 부스터샷 접종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 진행을 식약처와 논의 중이다. 아제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셀리드는 이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부스터샷용으로도 검토하고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개발사 7곳 중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만 여전히 1·2차 기본 접종용 백신을 우선 개발한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말 다국적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했고 상반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월 식약처로부터 비교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고, 가장 많은 임상시험 대상자를 배정할 필리핀 정부에 임상 3상 시험을 신청했다.
mRNA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큐라티스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재조합백신을 개발 중인 HK이노엔은 최근 1상을 완료하고 결과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곳은 전 세계에서 노바벡스에 불과할 정도로 백신을 2년 안에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빼고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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