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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까지 어퍼컷은 곤란

입력
2022.03.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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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앞둔 지난달 22일 대구 달서구의 한 조형물에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태극기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대구=뉴스1


그러고 보니 지난해 이 즈음, 한 권의 ‘대담한’ 책이 화제였다. 서강대 이철승 교수의 ‘쌀 재난 국가’. ‘쌀’ 농사 짓다 보니 자연 ‘재난’에 민감해졌고, 그 때문에 ‘국가’의 사명을 오로지 방재에서 찾더란 얘기다. 이른바 ‘쌀 사회론’이다.

새로운 얘긴 아니다. 어느 뇌과학자는 한국인이 노벨상 못 받는 이유도 쌀농사에서 찾았다. 쌀농사는 한데 모여 비슷한 노동을 반복한다. 그러니 집단 내 시기, 질투, 모방, 뒷담화 기술은 정교하게 발달한다. 허나 신뢰성, 독립성, 창조성은 그다지 필요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높게 쳐주지 않는다. 속된 말로 ‘튀는 놈 씹어 밟는데’ 능숙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미국인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 교수의 소감은 ‘미국 가서 연구하니 눈치 볼 일 없어 좋더라’였다. 성(性) 문제에 대한 쌀 사회 가설도 있는데, 이건 공개적으로 말하긴 좀 그러니 따로 맥주 한잔 사시면 3분 정도 ‘썰’을 풀어드리겠다. 단, 남자들에게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쌀밥 먹다 전체주의자 됐네’ 류의 얘긴 칼 비트포겔의 수력사회론을 비롯, 다양한 변주가 있다. ‘너희는 후진적일 수밖에 없어 후진적’이라는 동어반복적 느낌이 강하긴 한데, 넌 아니지만 나만큼은 선진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게 우리 모두의 간사한 본성인지라 대중적으론 잘 먹혀 든다.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송파체육문화회관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쌀 사회론은 K방역에 잘 적용된다. 마스크 잘 쓰고, QR 열심히 찍었다. 방역지침 빡빡하다 욕하다가도, 없으면 왜 또 없냐고 투덜댄다. 2년 이 고생 했으면 누구 말마따나 폭동 한 번 일어나도 안 이상한 일인데, 그렇게나 투덜대면서도 누군가 어길 기미를 보이면 온 국민이 먼저 손가락질도 해주고 혀도 끌끌 차준다.

백신은 또 어떤가. 효능이, 부작용이, 돌파감염이 어쩌네 아무리 떠들어봐야 최선을 다해 맞아 버린다. 서구 주요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이 그나마 70%선을 넘긴 건 수십만 명이 죽어 나가는 걸 직접 겪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사망자가 훨씬 적은 한국에서 성인 접종률이 90%를 넘나드는 건, 어찌보면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밀 사회, 즉 아름답고 멋진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정착한 서구선진국과는 달리 후진적 동양적 쌀밥 전체주의 국가라서 마스크 잘 쓰고 백신까지 잘 맞더라’라고 말해선 절대 안 된다. ‘훌륭한 국민 덕분’이라 해야 한다. 거기다 ‘정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한마디 덧붙여주면, 쌀밥 전체주의 사회의 오랜 로망인 ‘선비’, 즉 ‘비판적 우국지사’도 될 수 있다.

농담은 이쯤 접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쌀밥 전체주의가 조건으로 주어진 사회에서 K방역을 비판한답시고 "독한 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대혼란 속에서 수십만 죽고 수백만 감염되는 것쯤이야 우리도 감수했어야 했다"라고, '위드 오미크론'을 시도 중인 이제야 목소리를 높인다? 글쎄.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의 어퍼컷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K방역, 완벽하지 못하다. 비판받을 지점이 많을뿐더러, 비판하는 게 남는 장사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냅다 걷어찰 일은 아니다. 정권교체 ‘효능감’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어퍼컷 ‘꺼리’가 필요하리라. 하지만 K방역엔 어퍼컷을 절제했으면 좋겠다. 뭐라 해도 이건 생명에 직결된 문제니까.

조태성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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