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이 날로 진화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세계관, 콘셉트로 무장한 가수들이 포진한 K팝 신은 세분화 된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킬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현재 K팝 신은 큰 장르의 편중 없이 균형있는 발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바람 앞의 촛불' 마냥 위태로운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남성 솔로 댄스 음악이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며 입지를 굳힌 남성 솔로 댄스 가수는 누가 있을까.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와 비 그리고 세븐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세 사람을 이을만한 입지를 굳힌 남성 솔로 가수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백현 카이 태민 강다니엘 박지훈 하성운 등이 댄스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남성 솔로 가수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들 모두 보이 그룹으로 데뷔한 이후 솔로 행보를 겸하고(혹은 그룹 활동 종료 후 솔로로 전향) 있는 만큼 정통 남성 솔로 댄스 가수로 보긴 어렵다.
또 과거 싸이 비 세븐 등이 두터운 팬덤 만큼이나 높은 대중성을 갖췄던 것과 달리 현재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남성 솔로 댄스 가수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팬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다양한 고민을 낳는 지점이다. 여성 솔로 시장에서 아이유 현아 선미 청하 등 댄스를 비롯한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들이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며 일련의 입지를 다진 것과 비교해 봐도 남성 솔로 댄스 가수 시장의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유례 없는 K팝 부흥기에도 '제2의 비·세븐'으로 불릴 남자 솔로 댄스 가수들의 명맥이 끊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K팝 아이돌 그룹 시장의 폭발적인 확장과 맞닿아있다. 다인원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들이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솔로 가수에 대한 니즈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이 팬덤을 쌓고 인기를 구가하는 데에는 멤버들 간의 관계성, 그룹을 아우르는 세계관, 팀으로서 발휘하는 시너지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호감만으로 팬덤을 쌓는 시대는 이미 지난 셈이다. 더군다나 아이돌 그룹 역시 웰메이드 음악과 퍼포먼스로 강력한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에서 남성 솔로 댄스 가수로서 팬덤은 물론 대중성까지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수익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다인원으로 구성된 그룹이 솔로 가수에 비해 팬덤 형성과 유지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두터운 팬덤과 이를 기반으로 한 대중성 확보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K팝 시장에서 솔로 가수보단 그룹 론칭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한 흐름인 것이다. 여기에 그룹의 경우 멤버 자체를 IP로 적극 활용해 다양한 부가 콘텐츠 제작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반면, 솔로 아티스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활용의 폭이 좁다는 것도 솔로 시장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가요 소속사 관계자 역시 "현 K팝 시장에서 보이그룹에 비해 남성 솔로 가수가 갖는 메리트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해당 관계자는 "솔로 가수를 데뷔시키기 위해서도 그룹 못지 않게 상당한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지만 정작 데뷔 이후 기대되는 수익은 그룹보다 현저히 낮다. K팝 아티스트를 향한 세분화된 취향을 충족시키며 최대 효율을 끌어내기 위해서도 솔로보단 그룹이 용이하다. 특히 댄스 장르는 솔로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라드, 힙합 등과 달리 그룹이 갖는 시너지가 확실한 만큼 기획사에서도 (솔로)신인 발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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