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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어떻게 소년범이 됐나... '소년심판' 제작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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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어떻게 소년범이 됐나... '소년심판' 제작 비하인드

입력
2022.03.16 04:30
수정
2022.03.17 09:45
22면
0 0

2주째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드라마 1위
연출·작가·음악감독이 밝힌 제작 뒷얘기
"인생 선배와 소년의 이야기, 살아 있는 드라마"
애초 남자배우 생각했던 소년범 백성우 ·부장판사
엄마와 조현병 외국 논문 번역한 여고생 배우
"행복과 암담 오간 소년" 우크라이나 음악 메인 테마로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백성우의 모습. 지난해 공개된 드라마 'D.P.'에서 정해인 여동생으로 나왔던 이연이 소년을 연기해 반전을 준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백성우의 모습. 지난해 공개된 드라마 'D.P.'에서 정해인 여동생으로 나왔던 이연이 소년을 연기해 반전을 준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부문에서 2주째 1위(15일 기준)를 달리고 있는 '소년심판'엔 진입 장벽이 있다. "전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짧은 홍보영상에서 부각된 심은석(김혜수) 판사의 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에 일부 누리꾼은 반감을 드러냈다. 소년범을 갱생이 불가능한 혐오의 존재로 단정해 '소년범을 엄벌하라'는 선동의 메시지로 받아들여 드라마를 외면한 것이다.

김혜수가 드라마 '소년심판' 촬영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카메라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김혜수가 드라마 '소년심판' 촬영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카메라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돌 때 삭은 실 썼더니" 눈물 그리고 세월호

하지만,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은석의 말은 마지막 회인 10화에 다다르면 180도 달리 읽힌다.

은석은 주어진 소년범 사건에 의문이 생기면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 소년 범죄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은석이 소년범을 혐오만 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은석은 소년범을 미워하지만,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고 아이를 챙긴다. 남녀, 외국인 혐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넘어 우리가 불의를 '어떻게' 혐오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학교폭력, 세월호... '소년심판'은 소년범뿐 아니라 '아이들은 온 마을이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과 달리 책임지지 않는 어른과 시스템도 비판한다. 극에서 소년범죄로 아이를 잃은 엄마는 "첫째 아이 돌 때 썼던 실을 둘째 아이 돌 때 다시 썼는데, 삭은 실이어서 아이가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운다. 세월호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가 '돌 때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라고 쓴 편지가 떠올라, 참척의 고통이 더 날카롭게 박힌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또 책임을 지는 게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고요."(홍종찬 감독) "소년사건의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은석이 소년부에 온 건 복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지 진심으로 답을 알고 싶어서 찾아온 거죠. 그래서 은석은 늘 책임감을 말하죠. 아이를 꾸짖을 줄 알고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요."(김민석 작가). '소년심판'을 제작한 홍 감독과 김 작가가 이날 본보에 들려준 드라마 제작 배경이다.

드라마 '소년심판'의 부장판사 나근희를 연기한 이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의는 지연된다는 신념으로 소년범 재판에 대한 빠른 해결을 중시, 극중 심은석(김혜수)와 대립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소년심판'의 부장판사 나근희를 연기한 이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의는 지연된다는 신념으로 소년범 재판에 대한 빠른 해결을 중시, 극중 심은석(김혜수)와 대립한다. 넷플릭스 제공


여배우에 소년 연기를 맡긴 이유

김 작가는 이 드라마를 위해 4년 동안 법원과 청소년 회복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취재했다. 김 작가는 "소년부 판사는 민형사 재판과 달리 처분이 끝난 이후에도 소년이 적응을 잘하는지 등을 꾸준히 감독한다"며 "그런 법관과 소년의 관계가 인상적이었고, 어른으로서 그리고 법관으로서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고, 살아 있는 드라마라 느꼈다"고 기획 의도를 덧붙여 들려줬다.

'소년심판'에서 13세 촉법 소년 백성우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의 토막 살해에 가담한다. 섬뜩한 백성우는 소년범에 대한 공포를 굴리는 주요 배역이다. 드라마 'D.P.'(2021)에서 정해인의 여동생으로 나왔던 이연(26)이 백성우를 연기했다.

홍 감독에 따르면 애초 이연은 다른 배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마침 이연이 짧은 머리로 오디션장에 왔는데, 그녀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한다. 홍 감독은 이연이 웃거나 무표정하게 찍은 사진을 따로 출력해 계속 들여다봤고, 그 안에서 백성우를 발견했다. 홍 감독은 이연에게 "남자 역할인데 괜찮아?"라고 물었고, 이연은 흔쾌히 "네"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이연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연을 확정해줬고, 그렇게 성우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성우가 피범벅이 된 교복을 입고 경찰서로 향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전통 음악 '슈체드릭'이 흐른다. 우크라이나에서 새해를 맞을 때 부르고 듣는 노래로, 이 드라마에선 쓸쓸하게 편곡돼 실렸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소년 시절은 누군가에겐 가장 행복한 시기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가장 어둡고 참담한 시기일 수 있다는 드라마의 주제 의식을 살리고 싶어 이 곡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한예은을 연기한 황현정(오른쪽). 실제 고교생 배우로, 엄마와 함께 조현병 외국 논문을 번역해가며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한다. '소년심판'은 그녀의 첫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한예은을 연기한 황현정(오른쪽). 실제 고교생 배우로, 엄마와 함께 조현병 외국 논문을 번역해가며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한다. '소년심판'은 그녀의 첫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이 나오기까지 변수도 많았다. 김 작가는 "애초 부장 판사는 나대건이란 남자 배역을 생각했는데, 이정은 배우를 계기로 여성 캐릭터로 바꿨다"고 제작 뒷얘기를 들려줬다. 드라마에서 아이를 살해한 한예은을 맡은 황현정은 실제 고교생 배우다. 어머니와 함께 조현병 해외 논문을 함께 번역하며 캐릭터에 살을 붙였다고 한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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