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0위인 캐머런 스미스(29·호주)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한 라운드 최소 퍼트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스미스는 지난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18홀 동안 18번의 퍼팅만으로 경기를 끝냈다. 칩 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면서 퍼터를 잡지 않은 홀이 4개나 있었지만 그럼에도 왜 그가 PGA 투어에서 ‘퍼팅 왕’으로 불리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지난 시즌 PGA 투어 상금 순위 9위에 오른 스미스는 장타 선수도, 아이언 정확도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다. 그의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97.9야드로 공동 85위에 올라있다. 투어 평균 드라이버 거리(296.2야드) 수준에 불과하다. 아이언 정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린 적중률 역시 65.72%(공동 103위)로 투어 평균(65.14%)을 살짝 웃도는 정도다.
그럼에도 스미스가 상금 순위 톱10에 들 수 있었던 ‘한방’은 바로 퍼팅이다. 그는 지난 시즌 홀당 평균 퍼트수가 1.689개로 2위인 패튼 키자이어(미국·1.707개)와 3위 조던 스피스(미국·1.708개)를 크게 앞질렀다.
스미스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장기인 ‘퍼팅’을 앞세워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스미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7,25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0개, 보기 4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스미스는 아니르반 라히리(인도)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금빛 스윙맨’ 트로피와 PGA 골프 사상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인 360만 달러(44억7,000만 원)를 모두 거머쥐는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투어 역대 최소타 우승 기록(34언더파 258타)을 세운 스미스는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5승 고지에 올랐다. 스미스는 호주 선수로는 그레그 노먼, 스티브 엘킹턴,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에 이어 다섯 번째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스미스의 과감한 코스 공략과 절정에 달한 퍼트 감각이 역전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공동 6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스미스는 초반부터 ‘버디쇼’를 선보였다. 스미스는 1번홀부터 4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챙겼다. 6번홀에서 또 1타를 줄였다. 하지만 7~9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지는가 했지만, 후반 초반 4개홀에서 또다시 4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스미스는 17번 홀(파3)에서 과감한 공략으로 또다시 한 타를 줄이며 쐐기를 박았다. 17번 홀은 140야드 안팎의 비교적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아일랜드 홀로 ‘톱랭커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스미스는 핀을 직접 보고 티샷을 날려 홀 약 1.5m 지점에 떨구며 10번째 버디를 잡았다.
스미스 스스로도 우승의 원동력은 퍼트였다고 밝혔다. 그는 “(공동 6위로 출발했음에도) 퍼트 덕분에 다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었다”며 “후반 파 세이브에도 퍼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골프 경쟁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날 우승 못지않은 또 다른 큰 감격을 누렸다. 2년여 만에 만난 가족 앞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2년여 만에 만났다고 인터뷰하며 목이 메인 스미스는 “내게 최우선 순위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골프는 두 번째다. 이번 우승을 그들과 같이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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