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는 '퇴사 러시'에 속 타는 기업들
단순·반복 업무 자동화 중요성 커져
"드디어 해냈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 동료가 퇴사 소식을 전하면 이런 말을 건넨다. 퇴사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직장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영상으로 남기기도 한다. 어느새 '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가 사회상을 반영하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MZ세대는 퇴사를 불안정과 불안함의 시작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걸음으로 인식한다.
힘들게 취직에 성공했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 안정적인 생활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데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업들은 요즘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먼저 비슷한 과정을 경험한 해외의 솔루션 기업들은 이 틈을 파고들며 국내 시장 확보에 나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MZ세대 직원들의 퇴사가 잦은 것은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성향과 무관치 않다. 스스로의 행복, 성장, 건강 등이 최고의 가치인 것은 근무 환경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시간만 잡아먹는 업무나 하려고 입사했나'란 생각은 퇴사를 결심하는 전조다.
역량 성장과 성취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는 가장 중요한 퇴사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56.4%가 직업을 통해 '개인의 역량 향상과 발전을 이루고 싶다'고 답했다.
글로벌 솔루션 기업들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앞세워 이 지점을 공략한다. RPA는 사람이 PC로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RPA 분야 글로벌 1위 유아이패스(UiPath)의 '시민개발자(Citizen Developer)'가 대표적이다.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돼 코딩 지식 없이도 활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유아이패스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부문은 시민개발자 모델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해 RPA 개발자 약 50명을 양성했다. 이들이 자동화를 통해 개선한 과제가 170여 개에 이른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자동화 대상 업무를 발굴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는 '디지털 스킬'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교육 플랫폼 '트레일헤드' 한국어 버전을 최근 출시했다. 게임과 비슷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강의를 수료하면 레벨에 따라 굿즈와 칭호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자기 계발을 중시하고 사소한 성취에도 의미를 두는 MZ세대에게 최적화된 프로세스로 설계했다는 게 세일즈포스의 설명이다.
MZ세대가 기피하는 제조업을 위한 협동로봇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산업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설치 면적이 적고 저비용으로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전 세계 협동로봇 출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도 국내 시장을 넓히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전장시스템 검사 과정에도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이 도입돼 근로자가 맡았던 단순·반복업무가 자동화됐다. 유니버설로봇은 자사 협동로봇을 도입한 기업에 '공인인증교육센터' 등을 제공해 협동로봇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미래를 이끌어갈 유능한 MZ세대 직원 확보는 모든 기업들의 과제"라며 "이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솔루션들이 갈수록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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