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PB제품 후기 조작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
"여러 후기가 비정상적 구매 행태 보여"
쿠팡 "허위주장...직원 후기는 명시한다"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제품 후기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됐다. 쿠팡은 이에 대해 "거짓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15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후기를 작성하고, 올해 들어서는 직원 및 쿠팡체험단 후기 표시조차 삭제했다"며 "이에 쿠팡을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에는 참여연대 외에도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함께 했다.
2020년부터 자회사 CPLB를 통해 PB 상품을 만들어온 쿠팡은 현재 16개 브랜드, 4,200여 상품을 판매 중이다. 코멧(생활용품), 탐사(반려식품), 곰곰(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경쟁 상품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10원이라도 저렴하게 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쿠팡은 언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 '데이터'가 축적됐고 자본의 힘을 앞세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PB 상품이 빠르게 기존 상품의 자리를 꿰찬다는 데 있다. 시민단체는 이 과정에서 '조작된 후기'가 큰 역할을 한다고 봤다. 권호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는 "PB 상품이 출시되면 직원 5~10명이 실사용 후기처럼 사진 여러 장을 붙여 상세하게 글을 쓰고, 서로 후기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베스트 리뷰' 자리를 차지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는 상위 5~10개의 좋은 평가를 믿고 구매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시민단체는 비정상적인 구매 패턴을 보인 한 후기 작성자를 주목했다. 31개의 후기를 대부분 CPLB 브랜드 상품에 대해 쓴 이 소비자는 △통상 한 마리당 한 달에 5~10L 필요한 고양이 모래를 단기간에 300L나 구매했고 △마스크를 8번에 걸쳐 600장 샀으며 △라텍스·니트릴·다목적 장갑을 600장 넘게 구매했다. 권 변호사는 "여러 명이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쿠팡이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다는 언론보도 후 쿠팡에서 부담을 느끼고 아예 직원이나 체험단이 썼다는 내용도 빼버린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지난해 7월 쿠팡이 PB 상품을 다른 업체의 같은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권 변호사는 "직접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 대신 후기를 추천 알고리즘에 맞게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모든 직원 후기는 반드시 명시하고 있고, 상품평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협력사가 새로운 제품을 낼 때 직원들이나 체험단에게 먼저 상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를 후기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판매되는 상품은 상품평뿐 아니라 판매 실적, 사용자 선호도 등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노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PB 제품에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추가 고발을 예고해 쿠팡과의 '전쟁'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자사 PB 제품이 시장지배력을 가진 뒤 가격을 올리는 행태나 경쟁사의 재료 공급 업체에 접근해 '가로채기'를 시도한다는 부분은 제보를 토대로 추후 신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쿠팡은 "지속적으로 허위주장을 할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3억 원 등의 제재를 받았으나, 지난달 이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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