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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린 작은 사무실조차 거부당했다

입력
2022.03.14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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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돌입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돌입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라이더유니온 사무실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를 해야 했다. 사무공간과 조그만 회의탁자를 놓을 수 있는 15평 규모의 사무실을 찾았다. 코로나19로 폐업이 많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배달노동자들이 쉽게 올 수 있는 합정 홍대 쪽을 먼저 살폈다. 10평 크기 사무실 월세가 보통 100만 원에 관리비까지 있었다. 찾아가는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이 일대에서 찾기 힘든 저렴한 가격이라 했다.

절망하던 중 부동산 중개에서 저렴한 사무실을 소개시켜준다고 해 따라나섰다. 좁고 가파른 건물 계단을 오르자, 계단 중간에 허름한 화장실이 있었다. 바로 옆에 문이 있었는데 열쇠를 가진 세입자가 부재중이라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심상정'이라고 찍힌 노란점퍼를 입은 청년이 등장했다. 문을 열었는데 좁고 길게 뻗은 직사각형 사무실에 심상정 얼굴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선거사무실이었다. 우리가 쓰기엔 너무 작았다. 정의당에 동병상련을 느끼며 마지막 남은 홍대 매물만 보고 외곽으로 가자 결심했다.

문을 여니 귀인을 만난 느낌이었다. 인테리어가 잘된 넓은 사무실이었다. 계약의사를 밝히고 건물주 연락을 기다렸는데, 부동산 중개소는 계약금 계좌 대신 건물주 말을 전했다. '노조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받은 공인된 단체라 설명했지만 건물주는 강경했다. 국가인권위를 떠올렸지만 사인 간 문제로 보고 다루지 않을 것 같았다.

낙담하고 있는데, 부동산 앱에서 엄청나게 싼 물건을 용산에서 발견했다. 전화위복이었다. 계약이 진행될 줄 알고 사무실을 찾았다. 부동산 중개 사장님이 스피커폰으로 건물주에게 전화를 했는데, 주옥같은 발언이 흘러나왔다. "노동자 권익을 위해 일하는 건 다 좋은데, 건물 이용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임대계약은 안하겠습니다." 부동산 중개 사장님이 당황해서 사무실에서 집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상담과 사무업무만 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아 글쎄, 저한테 설명을 더 할 필요 없구요. 미안한데, 아니지 내가 미안할 필요도 없지. 아무튼 부동산에서 다른 세입자를 잘 구해주세요." 전화가 끊겼다. 건물주의 투철한 계급의식과 노조혐오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는 건물주에게 노조도 괜찮냐는 질문부터 했다. 결국 비싸고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노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건물주를 찾아 반지하 사무실로 계약했다.

계약을 마쳤지만 뒤끝은 남아 우리를 거부한 매물들이 나갔는지 살펴봤다. 3주가 지나도록 안 빠졌다. 건물주는 신경도 안 쓰겠지만 통쾌했다. 뒤에서 저주하는 걸로 충분한 걸까? 생각해보면 합리적 이유 없이 노조라는 이유만으로 임대계약을 거부하는 건 차별행위다. 존재를 이유로 건물에서 쫓겨나는 걸 방치한다면, 힘을 가진 이들이 특정 시민들을 선택적으로 추방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임대계약을 거부하는 걸 차별이라 규정했고, 미국 공정주택법도 인종, 국가, 장애 등을 이유로 임대계약을 거부하면 건물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마침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한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를 국회 앞에서 진행한다. 국회만큼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민과의 계약을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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