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수지 "나를 담금질하는 것은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혁신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수지 "나를 담금질하는 것은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혁신성"

입력
2022.03.14 04:30
수정
2022.03.22 12:56
23면
0 0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 오른 그림책 작가 이수지
2016년 한국인 최초 후보 된 데 이어 두 번째
지난해 출간 '여름이 온다'로 볼로나 라가치상도 수상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수지 작가는 "나는 특별히 긍정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데도 그림책을 볼 때면 편견 없이 많이 배우고 감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수지 작가는 "나는 특별히 긍정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데도 그림책을 볼 때면 편견 없이 많이 배우고 감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2016년에도 그랬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상을 받은 것과 진배없이 지내고 있어요. 이미 축하 인사를 너무 많이 받았네요."

지난달 22일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이자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해당) 수상자로 선정된 이수지(48) 그림책 작가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최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 작가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새로운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가면서 좋은 평가도 받으니 큰 용기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주관하는 안데르센상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탄생 150주년인 1956년에 제정됐다. 아동 도서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올해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은 이 작가를 포함해 6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작가는 2016년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이 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올해 수상자는 21일 개막하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발표된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어린이책과 그림책에 시상하는 라가치상 수상은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쾌거다. 이 작가는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의 글에 그림을 그린 '우로마'(책읽는곰 발행)에 이어 올해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모티프로 한 글 없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비룡소 발행)로 이 상을 받았다.

이수지 지음 '여름이 온다'

이수지 지음 '여름이 온다'

이 작가는 이번 수상 외에도 보스턴글로브 혼 북 명예상 수상,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을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힘"에서 찾는다.

"그림책이 고전적 매체이기도 하지만 책이 지닌 물성에 관심을 가지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디지털 시대에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림책은 늘 혁신의 여지가 있어 흥미를 잃지 않고 작업해 왔죠."

가령 지난해 출간된 '여름이 온다'는 음악의 감흥을 아이들의 물놀이와 접목해 표현했다. 표지 안쪽에는 ‘사계’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도 넣었다. 미국 작가 팻 지틀로 밀러의 글에 그림을 맡아 작업 중인 차기작을 통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와 손주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책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비치는 캐릭터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두 사람 사이가 종이라는 장벽으로 가로막힌 물리적 방식으로 표현한 게 문학적 표현 이상으로 재미있는 접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의 물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험해 왔다. '이 작은 책을 펼쳐 봐'(2013)는 작은 인형들이 큰 인형 속에 포개져 들어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책 속의 책이 꼬리를 물고 열리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의 물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험해 왔다. '이 작은 책을 펼쳐 봐'(2013)는 작은 인형들이 큰 인형 속에 포개져 들어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책 속의 책이 꼬리를 물고 열리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 작가가 그림책 작가가 된 것도 "그림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그림과 문학, 책이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그림책이 한 장의 그림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회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림책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작가의 세계 무대 활약상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여전히 출판계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그는 안데르센상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 선정 사실이 조명받는 게 고맙게 느껴진다.

"제가 하는 그림책 장르가 재미있어서 이 재미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그러자면 아직은 그림책이라는 장르부터 설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요. 저에 대한 관심이 그림책 장르가 정립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김소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