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문화공약의 숙제
미디어·콘텐츠 관리 일원화 약속
'OTT IP 독점' '계약서 없이 촬영' 논란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속도
"공론장 마련" 강조했으나 문화주권 확보 난제
코로나로 무너진 창작 기반
서울서만 25개 공연장 폐관... 기반 복구 급선무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가장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는 문화 정책은 미디어 및 콘텐츠 산업 진흥과 관리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역대 정부가 콘텐츠 관련 정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세 곳에 나눠 맡겼다면, 윤 당선인은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세워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을 새 접근법으로 제시했다. 180도 달라진 콘텐츠 산업 정책 기조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둘러싼 지적재산권(IP) 독점 문제와 불공정 출연 계약 논란 등 공정거래 질서 확립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작사·작곡가에 저작권 안 준다면?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문화 주권'을 강조했다. 우리 콘텐츠 창작자의 권익과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성공을 거뒀는데 IP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면서, 정작 이 콘텐츠를 기획한 국내 제작사가 수익을 낼 길이 꽉 막힌 데서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 국내 드라마 IP는 일부 OTT에 갇혀 있다. 넷플릭스 등이 외주 제작사에 제작비에 10~20%가량의 이윤을 더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의 저작권을 통째로 갖는 식(오리지널 작품 기준)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명 드라마 제작사의 대표는 13일 "중소 K팝 기획사도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앨범을 제작하는데 이때 저작권은 작사, 작곡가에게 돌아간다"며 "영화계도 투자자가 제작사와 수익을 나눠 갖지, IP를 일방적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며 일부 OTT의 IP 독점을 문제 삼았다. 윤 당선인은 정책 공약집에서 "현 정부의 미디어 분야 관련 산업적 정책 기조가 불명확했다"며 "미디어혁신위로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론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세워 콘텐츠 산업에서 문화 주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플랫폼의 IP 독점 금지'에 적극 개입하면, 해외 OTT가 한국 투자 철수로 맞불을 놔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한류 드라마를 기획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새 정부가 콘텐츠 산업 금융 규제 등을 완화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계약서 없는데 부상 입으면? K콘텐츠의 불공정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도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다.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바로잡아 정당한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뼈대다. 일부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 제작 시 계약서 없이 촬영을 진행해 이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문체부가 2013년 방송 출연 표준 계약서를 마련했으나, 현장에선 아직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한계가 명백하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촬영하다 부상을 입으면 산재보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작용이 만만찮다. 김준모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단역으로 출연하는 소위 생계형 배우들은 구두 계약을 하는데, 방송 막바지에 출연료를 3분의 1 정도 깎자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촬영을 할 수밖에 없다"며 "OTT 망 사용료 문제만 다룰 게 아니라 K콘텐츠 산업의 부조리한 근간을 들여다봐야 하고 ,이젠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만 25개 공연장 폐관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코로나19로 무너진 문화 기반 복구다.
본보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와 공연장협회에 확인한 결과,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수는 1,301건으로 약 2,255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만 무브홀 등 25개의 중소 공연장이 코로나19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인의 금전적 지원을 넘어 그들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민간 공연장뿐 아니라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도 폐관을 앞두고 있다"며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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