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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선천성 안면 기형 ‘구순구개열’, 출생 직후 결함 교정해야

입력
2022.03.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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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구순구개열. 서울아산병원 제공

구순구개열. 서울아산병원 제공

구순구개열은 입술과 입천장 외에도 근육과 연골, 뼈가 총체적으로 갈라지는 질환이다. 국내 신생아 500명 중 한 명 꼴로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난다. 선천성 태아 안면기형으로는 가장 흔하다. 전 세계에서 구순구개열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구순구개열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입술이 갈라진 구순열과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이 함께 발생한다. 구순열과 구개열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비율은 각각 20%, 30% 정도다. 구순열 중에서도 입이 부분적으로만 갈라지는 경우도 있고 콧구멍까지 완전히 갈라지기는 경우도 있다. 구개열 역시 입천장만 갈라진 경우도 있지만 잇몸까지 모두 갈라지는 치조열이 동반되는 등 정도와 범위가 다양하다.

구순구개열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요소의 복합 작용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극히 드물게 유전, 임신 초기 약물 복용이나 엽산 또는 비타민 C 결핍, 저산소증, 홍역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여러 가지 요인의 종합적인 결과로 생긴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구순구개열의 확실한 유전 양상이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통상적으로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부모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구순구개열이 있으면 외모뿐 아니라 먹고 말하고 듣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외형과 기능을 갖추려면 갈라진 입술과 입천장을 봉합하는 첫 수술을 잘 마친 뒤 성년이 될 때까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모든 성형외과 수술과 마찬가지로 구순구개열 수술도 입술과 입천장을 봉합하는 첫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 첫 수술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흉터가 남고 봉합 부위가 다시 벌어지거나 비대칭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다시 교정해야 하는 재수술은 훨씬 어렵다.

구순구개열 환자는 태어난 후부터 얼굴 뼈 성장이 끝나는 만 20세까지 평균 18년간 최소 5회 이상 수술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입술 봉합은 출생 후 100일경에 시행하고 돌 무렵이 되면 입천장을 봉합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정확한 수술 시기는 구순구개열 정도와 범위, 동반된 선천성 기형, 마취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다르다. 전문의와 정확한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수술 시기를 정해야 한다.

1차 수술을 잘 마치고 나면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형을 교정하기 위한 2차 수술들이 이어진다. 사회성 발달을 고려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코와 입술 변형을 교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학년 무렵에는 갈라진 잇몸 사이에 뼈를 이식하고, 얼굴 성장이 끝나는 사춘기 이후에는 최종 코 수술을 진행한다. 상악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은 경우 얼굴 뼈 성형까지 마치면 주요 치료가 마무리된다.

구순구개열은 환자에 따라 조직과 비뚤어진 정도가 제각각이다. 환자 대부분이 1세 미만이라 의료진의 사소한 실수에도 신경과 근육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증상도 피부와 근육, 연골, 뼈 등 여러 부위에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작은 입술과 입천장에서 이뤄지는 수술이지만 그 안에 모든 성형외과 기법이 총 망라돼 수술 디자인이 매우 복잡하다. 환자마다 개별적인 질환 정도와 발달사항이 달라 결손 부위를 정교하게 재건하려면 의료진의 풍부한 해부학 지식과 수술 경험이 중요하다.

구순구개열 치료는 환자 성장 과정을 따라 오래 이어지므로 환자가 안정감을 갖고 치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치료에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되고 치료의 질도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 수술 후에는 울거나 기침, 젖꼭지, 손가락 빨기 등 입술에 긴장을 주는 행위를 하게 되면 봉합된 곳이 다시 벌어지거나 흉터가 심하게 남는 경우가 있으므로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치료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선천성 안면기형 환자 치료에 정통한 치과교정과와 소아치과, 마취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언어치료사) 등과의 유기적인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개열 환자는 중이와 비강을 연결하는 관이 올바로 기능하지 못해 중이염이 나타나고 청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유아기부터 이비인후과와 연계해 관련 치료를 시행한다. 언어 치료를 통해 발음장애를 개선하고 구순구개열 치아교정도 함께 진행하면 도움이 된다.

구순구개열 수술 기법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수술 부위에 미세한 흉터만 남을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아졌다. 풍부한 해부학 지식과 수술 경험을 갖춘 의료진과의 정확한 상담을 통해 결손 부위를 적시에 교정한다면,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기능과 외적 결함 없이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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