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우세", 결과 정반대
지상파 3사 투표소 표본 절반 밑돌아
"우리도 잘 살아 봤으면" 박 전 대통령 인터뷰
"공과 과 나눠 소개 동의 어려워" 장혜영 의원 비판
지상파 3사, 이재명 후보 득표율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맞춰
JTBC가 단독으로 실시한 제20대 대선 출구조사에서 실제 결과와 반대로 예측해 시청자에 혼선을 줬다. 개표 방송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인공지능(AI)으로 등장시킨 뒤 경제 성과만 부각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대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합동 출구조사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실제 득표율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맞추는 '족집게 조사'로 주목 받았다.
JTBC는 9일 방송에서 출구조사 결과 이 후보의 우위를 발표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JTBC는 이 후보가 48.4%로 47.7%를 차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0.7%포인트 앞선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인 10일 개표 완료 결과 윤 후보가 48.5%로, 47.8%를 얻은 이 후보를 약 0.7%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오차범위 내의 결과지만, JTBC는 승패를 반대로 예측해 공신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JTBC의 출구조사 표본은 지상파 방송 3사를 크게 밑돌았다. 지상파 3사는 전국 330개 투표소에서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출구 조사를 실시했지만, JTBC는 140개 투표소에서 4만여 명을 조사했다.
JTBC가 부정확한 예측을 해 YTN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YTN은 2012년 제18대 대선 투표 예측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선 것으로 발표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YTN은 사과방송을 했고, 그 이후 예측조사를 따로 내놓지 않고 있다. JTBC는 10일 '뉴스룸'을 통해 "이번 조사의 한계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추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JTBC와 반대로 지상파 방송 3사는 0.6%포인트 차로 윤 후보의 신승을 예측했고, 최종 득표율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지상파 3사는 출구조사로 윤 후보 48.4%, 이 후보 47.8%의 득표율을 점쳤다. 선거 당일 실시한 투표자 출구조사 결과에 사전 투표자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였다. 두터운 표본을 바탕으로 이렇게 '보정' 작업을 거친 것이 당선자 및 1~2위 득표율 격차까지 근접한 예측을 내놓은 배경으로 꼽힌다.
지상파 3사는 16대 대선부터 출구조사를 시행했고, 그 예측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지상파 3사는 방송협회와 '방송사 공동 예측 조사위원회(KEP)'를 꾸려 한국리서치 등 3개 조사기관과 함께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KEP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사전 투표 비율이 높아 이전 대선 대비 표본수를 3배 이상 늘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선거일 6일 전부터)'에 조사했다"며 "리서치 회사 3~4개사와 그간 출구 조사를 진행하며 쌓인 노하우로 오차 범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JTBC는 리서치 회사 한곳과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JTBC는 대선 개표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을 AI로 등장시킨 뒤 경제 발전 노력에 대한 인터뷰를 주로 부각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방송에서 박 전 대통령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경부고속도로에 등장했다. JTBC는 1966년 박 대통령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와 1970년 서울대 총장에게 보내는 글을 활용해 AI로 박 대통령 육성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꿈이었다" "내일 세대를 위해 제2, 제3의 한강의 기적을 기대해본다"는 말이 방송됐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유신과 장기집권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데, 경제적 '공'만 부각해 보기 불편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JTBC에 출연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개표방송에 대한 노력은 감사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쿠데타를 일으켜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며 "이런 방식으로 공과 과를 나눠 소개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독재자의 공과를 함께 보자는 핑계로 공을 조명하는 것은 이후 정치 지도자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쯤이야 말살해도 괜찮다는 사인을 주게 된다'(@happytree****), '국민 투표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민주주의 선거 개표방송에 박정희 등장?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독재한 사람을?'(@viale****)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장 의원의 지적에 오대영 JTBC 앵커는 "공과 과를 같이 짚는데, 오늘은 비전을 이야기하다 보니 경제 이야기를 짚어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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