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회원국 증산 독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공행진만 이어갔던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10%이상 급락했다.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제기된 협상 가능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상승 요인만 쌓였던 국제유가 시장에 하락 요인이 제기되면서 급등세에 찬물을 끼얹은 계기가 됐단 점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시장 불안정성이 여전하단 점에서 일시적인 '숨고르기'로 분석한 관측도 적지 않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달러(12.1%) 떨어진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선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며 브렌트유가 전 거래일보다 16.84달러(13.2%) 하락, 배럴당 111.14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제히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지만, 일단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유가를 단번에 끌어내린 요인은 유가 안정의 근본책으로 꼽히는 산유국들의 증산 신호에서부터 감지됐다. 이날 미국 CNN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고려하길 원하고 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 워싱턴 UAE 대사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UAE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를 원하며 OPEC 동맹국들이 공급을 늘리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오타이바 대사의 성명은 OPEC 국가들이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첫 번째 징후라고 CNN은 전했다. 또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끊고 OPEC 원유를 계속 구매하도록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유럽인들이 더 이상 러시아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대비하자’고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OPEC이 증산을 실시한다면 최근 유가 급등세 속에서도 추가증산을 않기로 한 비(非)OPEC 산유국 모임 ‘OPEC플러스(+)’의 산유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부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재확인한 점도 이날 하락폭을 키운 요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러시아가 OPCE+의 주요 동맹국이란 점이 이들의 추가증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대 변수로 꼽힌다.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윳값이 리터(L)당 1,900원을 넘어선 국내에서는 아직 국제유가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단 분위기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이날 급락을 하락세 신호탄으로 보기엔 여전히 시장 불안정성이 크다”며 “수급에 대한 불안 요인이 촉발되면 떨어진 만큼 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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