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사이클 상황 및 특징 평가'
7번째 확장기 진입… 진폭도 과거보다 확대
코로나 이후 실물경기·민간신용 간 괴리 심화
최근 한국의 금융 취약성이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영향 등으로 민간신용이 실물경제 대비 지나치게 불어나면서, 대내외 위기 발생 시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민간신용(가계·기업신용)을 기반으로 금융사이클을 산정한 결과 현재 금융사이클은 7번째 확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사이클이 확장기라는 것은 수축기 대비 민간신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이후 외환위기 등 주요 경제위기는 확장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게다가 이번 확장기의 진폭은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폭을 가늠하는 실질신용갭률(실질신용갭/실질신용)은 코로나19 이후 단기간에 빠르게 확대되면서 지난해 3분기 5.1%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신용카드 사태(3.4%)와 글로벌 금융위기(4.9%) 때의 진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현상도 더 심화됐다. 민간신용이 실물경기 대비 비대하게 늘어나, 금융·실물 불균형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은 최근 2년간(2019년 4분기~2021년 3분기) 26.5%포인트나 급등해, 글로벌 금융위기(21.6%포인트)·외환위기(13.4%포인트) 상승폭을 압도했다.
아울러 금융 사이클과 주택가격 사이클은 최근 가계신용 확장에 힘입어 모두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됐다. 반면 금융 사이클과 기준금리 사이클은,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금리인하와 이에 따른 민간신용 증가가 결합되면서 역(逆)동조화 관계가 심화됐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팀장은 “사이클 진폭이 높다는 것은 위기의 징조는 아니지만, 대내외 충격에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인 금융사이클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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