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 불씨가 주범... 고사목·낙엽은 불쏘시개
대구 3개월간 강수량 1㎜이하...건조한 날씨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암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11일째 꺼지지 않고 있다. 낮에 꺼지는 듯했던 불이 밤만 되면 살아나는 현상이 반복돼,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헬기 8대, 장비 46대, 인력 636명 등을 동원해 주암산 산불 진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진화 시점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와 지상인력을 동원해 큰 불길을 잡고, 일몰 이후에는 민가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며 감시인력을 배치하는 등 24시간 진화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주암산 산불은 지난달 26일 오후 9시2분쯤 가창면 용계리 광덕사 일대에서 발화했다. 광덕사 관계자는 "절 바로 뒤에서 불이 났고 소방인력 700여 명이 2교대로 산을 오가며 진화한 끝에 발생 3일만에 불을 껐다"고 말했지만, 이후 불씨가 되살아났다. 산림청도 지난달 27일 "17시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불은 더 번졌다.
발화지점에서 1.5㎞ 떨어진 운흥사 인근까지 번진 산불도 여전에 기세가 강하다. 운흥사 관계자는 "상주 직원 3명이 밤낮으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 대기하고 있다"며 "해가 떨어지면 산 곳곳에 불씨가 10개는 넘게 보이고 꺼도 꺼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주불이 2곳인 것으로 보고 진화 중이지만 가파른 바위 지형, 건조한 날씨, 바람 때문에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는 인력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헬기가 물을 뿌리더라도 바위 틈새까지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없다. 바위 틈새 불씨는 정밀한 진화작업이 필요하지만 지상인력은 해당 위치에 접근하기 어렵고, 물을 뿌려도 금방 증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절벽의 고사목과 낙엽이 불쏘시개 역할도 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주암산이 돌산이어서 바싹 마른 낙엽이 바위 틈새에 끼어 있는 경우가 많아 진화하더라도 쉽게 재발화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건조한 날씨도 산불 장기화의 주요 원인이다. 대구 지역은 최근 3개월간 강수량이 1㎜ 이하를 기록하는 등 겨울 가뭄 현상을 겪었다.
주암산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진화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데, 경찰 관계자는 "자연발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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