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득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대응을 위해 재활원 직원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뛰어다녔던 날들이 떠올랐다. 정신없이 이것저것 하다가도 잠깐 숨을 돌리려 신문도 좀 펼쳐보고, 옆의 직원들과 작은 수다를 떨 때면 첫 마디는 항상 비슷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새 우리 경제가 …”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곳에 신경이 쏠린다. 살아있지 않은 경제는 이렇게 많이들 걱정하는데(물론 경제가 정치처럼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왜 사람 마음이 어떨지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주목은 부족한 것인가?
2020년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특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대표적으로 대두된 문제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자살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우리 일상의 방식과 반경, 문화향유 등에 제약을 받음으로서 느끼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말하며, 2020년을 관통한 심리·사회적 키워드였다.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로 야기된 우울과 무기력은 이전의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만들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자살사망자는 13,195명으로 2019년 13,799명보다 약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자료에는 언제나 맹점이 존재한다. 전체적인 자살사망자는 소폭 감소하였지만 10대(9.4%), 20대(12.8%)등 비교적 심리사회적으로 덜 완성된 청년 및 청소년 연령대에서의 자살사망자는 증가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연대를 약하게 했으며, 개인주의적 성향을 짙게 했고, 또 수많은 기회와 자유를 앗아갔다. 이러한 요인들은 청소년에게 돌봄과 사회안전망을 빼앗아갔으며 청년에겐 경험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강탈해갔다. 가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의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코로나19가 가져온 ‘삶의 공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그들에게 훨씬 큰 좌절과 포기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자살’은 그러한 결단을 한 본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그 주변을 황무지 같은 피폐함으로 물들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개하지 못한 어린 꽃들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나보내는 일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좌절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밖엔 없다. 이전보다 더욱 강한 사회적 연대, 그리고 강물처럼 흐르는 기회를 통해 다시금 가슴 뛰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승문 보건복지부 공무원노동조합 국립재활원지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