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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로 난을 치는 느낌" 오페라로 만나는 호동과 낙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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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로 난을 치는 느낌" 오페라로 만나는 호동과 낙랑

입력
2022.03.09 18: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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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60주년 공연 '왕자, 호동'
호동·낙랑 역의 이승묵·박현주 인터뷰
"자명고 찢는 낙랑·낙랑 보낸 호동의 아리아 추천"

이달 11일과 12일 공연하는 오페라 '왕자, 호동'에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역을 맡은 테너 이승묵(왼쪽)과 소프라노 박현주.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달 11일과 12일 공연하는 오페라 '왕자, 호동'에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역을 맡은 테너 이승묵(왼쪽)과 소프라노 박현주. 국립오페라단 제공

"유화로 난을 치는 느낌입니다. 엄청난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겠지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를 오페라로 그려 낸 '왕자, 호동'이 국립오페라단 6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1962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했을 당시 선보인 창작극이다. 호동왕자로 무대에 서는 테너 이승묵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악기가 들어가면서 한국적 색감이 음악에 입혀져 있어 (노래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초기 창작 오페라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율과 화성, 음악극으로서의 흐름이 낭만적이고 고급스러우며 현대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곡으로 꼽히는 '비목'의 작곡가 장일남이 쓴 오페라 '왕자, 호동'은 성악가에게 익숙한 음악적 어법을 활용하는 한편 국악적 요소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당시에도 받았다.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한승원은 옛 이야기를 살리되 현대적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채워 넣었고, 막 사이에는 국악인 해설자(이야기꾼)를 등장시키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국립오페라단은 2012년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당시 '왕자, 호동'에서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는 장면 일부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2012년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당시 '왕자, 호동'에서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는 장면 일부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인물 분석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낙랑으로 분하는 소프라노 박현주는 "남녀 간의 사랑과 정치는 오페라에 흔한 테마지만, 낙랑은 순애보 이면에 진정한 충신으로서 영웅적 면모도 강한 인물"이라며 그 특색을 설명했다. 섬세하고 애절한 여심과 함께 국가적 운명을 오랑캐에게서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강인함을 표현해내는 게 목표다. 상대역인 호동을 이승묵은 '애국자이자 스파이였던 인물, 또 뜨거운 사랑을 한 사람'이라고 봤다. 그 다양성을 짧은 극 안에서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도 전했다.

작품의 백미로 낙랑이 자명고를 찢는 장면과 죽은 낙랑을 그리워하는 호동의 아리아 등을 꼽았다. 박현주는 "2막에서 감옥에 갇힌 호동과 낙랑의 애절한 듀엣과 자명고를 찢기 전후의 극적인 음악과 장면의 조화가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극의 마지막 아리아이기도 한 호동의 노래는 매우 함축적이라 관객에게 여운을 남길 만한 곡이다. 이 곡에는 낙랑공주의 죽음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자결을 결심하는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오페라 '왕자, 호동'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왕자, 호동' 포스터. 국립오페라단 제공

서로를 "아름다운 피아니시모를 고음에서 연주하는 공주님" "상대를 배려하는 편안한 파트너"라고 칭한 이들은 모두 한국 오페라 역사에서 의미가 큰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 큰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시작에 지나간 첫 작품을 회상하고 보완하고 계승 발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클래식하고 멋있어요. 국립오페라단 환갑잔치를 준비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잔치는 즐기실 만합니다. 많이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이승묵)

공연은 11일과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11일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테너 김동원, 소프라노 김순영 등이 출연한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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