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
서울 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3월 27일까지
나비 1,354마리, 구찌 마몽 핸드백 200개, 뻐꾸기 시계 182개... 진열장 속 수집품들은 천장과 바닥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두 배, 세 배 끝없이 증식한다. 이내 관람객은 무한한 공간에 사물들이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움을 향한 수집가의 열정과 집착을 경쾌하게 포착한 이 공간은 '구찌 콜렉터스'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구찌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캠페인을 구현한 것이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가 한국에 상륙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인 지난 6년간의 캠페인을 재해석했다. '아키타이프(archetype)'는 모든 복제품의 원형,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형태인 '절대적 전형'을 뜻한다. 독특하고 반복될 수 없는 순간을 이야기하는 구찌의 모든 캠페인을 가리킨다.
2015년 1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미켈레는 하락세이던 구찌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남성복 컬렉션에서 블라우스, 여유로운 실루엣을 선보이며 젠더리스 트렌드를 주도했고, 패션에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접목해 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 상상으로의 여정을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의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지난 13차례의 구찌 캠페인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향수 '구찌 블룸'을 주제로 한 공간은 꽃 향기를 시각화한 정원에 튜베로즈, 재스민, 랑군 크리퍼의 향을 가득 채워 넣었다. 프랑스의 68혁명에서 영감을 받은 '2018 프리폴 컬렉션 거리로 나온 구찌' 섹션은 관람객을 1968년 5월, 파리의 한 거리로 안내한다. 당시 시위대가 벽에 적었던 '낙관론을 선택하라',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려라', '오직 당신, 나, 그리고 미래가 있을 뿐'과 같은 메시지를 그래피티 작업으로 재현했다.
스페인의 일러스트 작가인 이그나시 몬레알이 866시간을 들여 완성한 그림(2018 봄-여름 컬렉션 구찌 상상의 세계)이 보여주는 상상력은 압도적이다. 주로 대중문화와 르네상스 시대의 이미지를 혼합하는 작업을 해 온 그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림 속에서 구찌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은 전차를 타고 구름 사이를 누비거나 말을 타고 공중 도시의 환영처럼 보이는 곳에 다다른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에서 볼 법한 아기 천사가 들고 있는 포스트잇에는 구찌 본사의 와이파이 비번 'gucci1234'가 적혀 있고, 드리워진 낚싯대에는 물고기처럼 보이는 비행기가 걸려 있다. 이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지만 왠지 가능할 것 같은, 어딘가에 실재할 것만 같은 세계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전시는 중국, 홍콩, 일본, 대만을 거쳐 한국에 왔다. 전시는 무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2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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