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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보는, 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영화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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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보는, 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영화 두 편

입력
2022.03.08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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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와 '코다'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중 한 장면. 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중 한 장면. 슈아픽처스 제공

세상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장애인의 삶을 다룬 영화 두 편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두 작품에는 장애인이 직접 자신과 같은 장애를 지닌 배역을 밀도 깊은 연기로 풀어내 극찬을 받았다.

10일 개봉하는 핀란드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82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에 단순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도 강렬한 인상과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야코는 다발성경화증으로 시각을 잃고 하반신이 마비된 채 홀로 살아가는 남성. 유일한 낙은 전화로 만나 친해진 연인 시르파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야코는 어느 날 시르파가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직접 만나 함께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타이타닉’ DVD를 함께 보겠다면서 홀로 먼 길을 나선다. 1,000㎞의 여정은 무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철저히 야코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감독은 대담하게 야코의 얼굴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물을 희미하게 지워버리는 촬영 방식으로 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도록 돕는다.

집을 나서 택시를 탄 야코는 열린 창문 밖으로 ‘자유’를 외친다. 로맨스로 시작한 영화는 이렇게 어드벤처가 됐다가 야코가 기차역 플랫폼에 들어서면서부턴 스릴러로 급변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평범한 시민인가, 흉포한 강도인가. 똑같은 상황이라도 야코에겐 전혀 다른 장르가 된다. 장애인을 향한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이 비장애인에겐 아무 상관 없는 일일지라도 당사자에겐 때로 생존의 문제가 되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야코가 맞이하는 평범한 엔딩은 더욱 뭉클하고 감격적이다.

실제로 다발성경화증을 앓다가 시각·지체 장애를 갖게 된 배우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이 야코를 연기했다. 테무 니키 감독은 군 복무 시절 친구 사이인 포이콜라이넨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뒤 그가 투병 중에도 연기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각본을 썼다고 한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포이콜라이넨은 터키 안탈랴영화제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코다'는 농인 부모와 오빠를 둔 청인 소녀 루비의 성장기를 그린다. 루비를 제외한 세 배역의 배우는 모두 농인이며 아빠 역의 트로이 코처(맨 오른쪽)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엄마 역의 말리 매틀린(가운데)은 1987년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애인 배우다. 판씨네마 제공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코다'는 농인 부모와 오빠를 둔 청인 소녀 루비의 성장기를 그린다. 루비를 제외한 세 배역의 배우는 모두 농인이며 아빠 역의 트로이 코처(맨 오른쪽)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엄마 역의 말리 매틀린(가운데)은 1987년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애인 배우다. 판씨네마 제공

지난해 여름 개봉한 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 중인 ‘코다’는 장애인 가족에서 자란 비장애인 아이(CODAㆍChildren of Deaf Adult)의 성장 스토리다. 청력에 이상이 없는 청인으로서 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 양쪽에서 살아가며 겪는 정체성의 혼란, 가수가 되고자 하는 꿈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주인공 루비의 가족 구성원 세 명은 모두 농인 배우가 연기했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처럼 이 영화에도 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딸이 공연하는 모습을 부모가 다른 관객들과 보는 대목인데 감독은 소리를 완전히 제거한 채 영상만 남겨놓아 이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돕는다. 공연 후 아빠가 딸에게 노래를 해달라고 부탁한 뒤 딸의 목에 손을 대고 울림을 느끼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는 사회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영화는 이야기한다.

루비의 엄마 역을 맡은 말리 매틀린은 데뷔작 ‘더 작은 신의 아이들’로 198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애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베테랑 배우다. 매틀린은 ‘코다’ 제작 단계에서 루비의 아빠, 오빠 역으로 청인이 연기하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두 농인 배우의 캐스팅을 이끌었다. 그 결과 루비의 아버지로 출연한 트로이 코처는 27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앞서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선 영화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코처는 미국 개봉 당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미국 수어가 생긴 지 200년이 지났는데 오랫동안 간과돼 왔다”며 “’코다’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어를 이해하게 되고 세상엔 다양한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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