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대기에 기표용지 대리전달 논란
“임시 투표소에는 왜 투표함이 없나요.”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의 사전투표장에서는 이 같은 항의가 이어졌다. 사전 준비와 안내 부족 탓에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온 확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표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안내 문자 메시지나 입원·격리 통지서 등을 제시한 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신분 확인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와 달리 접촉을 피하려 신분증과 지문 스캔 대신 선거인 본인 여부 확인서를 작성한 뒤에야 투표용지를 받아들 수 있다. 일반 유권자보다 더 많이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셈이다.
투표하는데까지 길게는 1시간 가까이 걸리자 서울지역 투표소에선 곳곳에서 “아픈 사람들 세워 놓고 뭐 하는 짓이냐”, “아픈데, 추위 탓에 건강이 더 나쁘지겠다” 등 항의가 이어졌다. 투표안내원들도 확진자용 야외 임시투표소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사전투표소로 오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확진자용 임시 기표소에 별도의 투표함이 설치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곳에선 기표용지를 참관인이 받아 박스나 쇼핑백 등을 이용해 투표함으로 대신 넣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나,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투표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우려가 있다며 항의했다. 부산 등 일부지역 투표소에서는 대리전달용으로 속이 훤히 보이는 비닐 봉투를 사용해 비밀투표 훼손 논란도 불거졌다. 이로 인해 투표가 중단되는 등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여져 투표 진행이 더 지연됐다.
서울의 또 다른 투표소에서는 참관인이 감염 우려를 들어 참관을 거부한 일도 일어났다. 이에 한 유권자가 “투표함을 우리가 보이는 곳에 옮기라”고 맞서 충돌이 빚어졌다. 또 다른 투표소에서는 확진자 투표 대기자와 비확진자 투표 완료자의 동선이 일부 겹쳐 소동이 일었다.
참관인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일부 참관인들은 예상보다 많은 100~200명대의 확진자가 몰려들면서 선관위에 보호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가 없자, 구청 등에 직접 불만을 전했다. 투표 시간이 길어지면서 확진자가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이날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선 투표를 기다리던 코로나19 확진자 한명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선 1명이 투표하는데 10분 가량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당일에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격리자는 9일 본투표날에는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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