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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한 줄 알았는데… ‘돌연사’ 부르는 뜻밖의 증상

입력
2022.03.06 19: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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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1,000명당 1명꼴 발생…심근경색이 80% 차지

평소 심장 질환 증상이 없었는데 체한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심장 질환 증상이 없었는데 체한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돌연사(cardiac arrest 또는 sudden cardiac death)는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슴 통증 등이 나타나 1시간 이내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돌연사의 80%는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한 해 1,000명당 1명꼴로 돌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연사는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40대 이후에 발생률이 증가한다. 오동진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돌연사 원인 중 유전적 요인 등을 제외한 75~80%는 생활 습관 개선과 정기검진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예방적 조치만 잘하면 80% 예방

돌연사는 80%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생하기에 심근경색을 ‘돌연사의 주범’으로 부른다. 국내 심근경색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을 웃도는 수치(9.6%)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비대심근병증, 심전도상에서 선천성 QT 연장 증후군, 우심실 형성 이상, 브루가다증후군 등 유전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장이 갑자기 멎는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혈액이 뇌 등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의식을 잃게 된다. 응급조치를 재빨리 취하지 않으면 1시간 이내 목숨을 잃을 수 있게 된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견 즉시 치료해도 사망률이 30~40%가 넘고, 증상이 심각하면 1~2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동맥경화가 원인이다.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들러붙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기는 혈관 질환이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면 혈류 장애를 일으켜 협심증을 일으키고,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으로 악화한다.

급성 심근경색의 주증상은 숨이 차거나, 가슴이 뻐근하거나 뜨겁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이다. 특히 ‘죽을 것 같은’ 흉통이 발생한다. 드물게 가슴 왼쪽이나 오른쪽, 배 부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급성 심근경색의 증상 가운데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식욕 부진, 구토, 위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체증이나 위장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증상을 호소한 사람에게 “소화제 먹고, 좀 쉬라”고 했다가 땅을 치며 후회한 경우가 있다.

특히 평소 심장 질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은 “체했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심장 질환이 크게 늘어나는데, 급성 심근경색 증상을 소화장애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15분 이상 지속되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시간 이내 치료해야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는다. 시간이 더 이상 지체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처럼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는 담배를 피우고 기저 질환(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을 가진 사람이나 평소 증상이 없는 유전성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심정지 돌연사 중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일 때가 14~15%나 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07~2015년). 일본(10%)ㆍ서구(1~2%)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라고 했다.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으면 돌연사할 위험이 3~4배 높다”며 “담배를 피우고 이상지질혈증ㆍ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 질환(만성질환)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급성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6배 정도 높아진다”고 했다.

◇하루 30분 운동하고 담배 끊어야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생활 습관ㆍ질병 관리가 중요하다. 생활 습관 관리는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뭐든지 균형 있게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걱정 없이 푹 자면 그것이 바로 생활 습관 관리다.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질병 관리란 심근경색의 위험 요인인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당뇨병 등 3대 기저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이들 기저 질환자가 자신의 혈당ㆍ혈압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간 자칫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이어져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재진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며칠 전이나 몇 개월 전부터 가슴 통증, 호흡곤란,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점점 심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돌연사를 예측하긴 힘들다”고 했다. 곽 교수는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면 의식ㆍ호흡ㆍ맥박을 확인한 후 심정지가 의심되면 즉시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심폐소생술(CPR)과 주변에 비치된 심장충격기(AED)를 환자에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약 먹는 걸 싫어하지만 약보다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없다. 유행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을 찾기보다 질환 치료제를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하다.

[심근경색 전조 증상]

□운동하거나 빨리 걸을 때 가슴 통증, 압박감, 불쾌감이 느껴진다.

□목·어깨·팔에 통증과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유 없이 숨이 차고 가슴이 뛰다가 회복된다.

□분명한 원인 없이 발생되는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이 있다.

□어지럽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돌연사 어떻게 예방하나]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위험 요인을 조기 진단 관리하자.

□균형 잡히고 건강한 식생활로 체중을 조절하자.

□적절한 유산소운동을 하자.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자.

□금연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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