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신용등급 강등, 디폴트 가능성 커져
한국 익스포저 규모 적어 충격 제한적
연쇄 효과로 세계 경제 침체 시 한국도 피해
러시아가 조만간 국가부도를 의미하는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쓰레기) 수준으로 추락한 데다, 서방 경제제재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가 고의로 채무상환을 이행하지 않을 조짐도 보이고 있어서다.
러시아와 금융 거래가 많지 않은 한국은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적어 디폴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러시아 익스포저 규모가 큰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흔들리고 연쇄 효과로 세계 경제까지 위축되면 한국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쓰레기 취급받는 러시아 신용등급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나 떨어뜨렸다. CCC-는 국가부도를 뜻하는 등급인 D보다 고작 두 단계 위다. 다른 3대 국제신평사인 피치, 무디스도 전날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6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3대 국제신평사가 러시아에 매긴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인 정크 등급이다. 아직 국가부도 상태는 아니지만, 러시아가 국가채무를 갚을 수 없는 디폴트 상태에 다가갔다는 뜻이다. 디폴트에 빠지면 러시아로부터 받을 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국가나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당장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7억 달러(약 8,4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서방 국가 경제 제재로 상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국채 상환을 자진 포기하는 '고의 디폴트'로 서방국가에 맞불을 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방 디폴트 충격받으면, 한국도 타격 불가피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하더라도 당장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대러시아 익스포저는 14억7,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금융시장이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등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 제재가 서구권 국가에 이미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어, 디폴트에 따른 충격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폴트 시 나타날 피해는 서방 국가의 경제·금융 제재로 이미 상당수 벌어졌다"며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추가 파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러시아 익스포저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디폴트 충격을 받으면 국제 금융시장은 도미노처럼 타격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주요국 중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러시아 익스포저는 △프랑스(236억 달러) △이탈리아(232억 달러) △오스트리아(171억 달러) △미국(145억 달러) 순으로 많았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 디폴트 현실화로 익스포저가 많은 국가에서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다른 국가도 영향받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러시아 익스포저는 매우 적지만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둔화될 경우 그 타격이 제한적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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