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우크라이나는 한때 핵무기를 나눠 쓸 정도의 끈적한 우방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성명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공격이 가해질 경우 중국은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듯 핵 보유국인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핵 보유국 중국이 비핵 보유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긴 사상 처음"이라며 중국 매체들이 으스댈 만했다.
9년이 흐른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벼랑끝에 섰지만, 중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누구 편이냐"는 국제사회의 물음에 "모든 국가의 주권은 보전돼야 한다"면서도 "러시아의 안보 우려도 이해한다"고 답했다. 횡설수설이다. 핵우산은커녕 국제사회의 러시아를 향한 제재에도 초연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사실상 '손절'이다.
자신과 함께 대미(對美) 전선의 한 축을 담당하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긴 어려운 탓일 것이다. 이제 와서 "그때 핵우산 약속은 친러파였던 야누코비치에게 해준 것이지, 젤렌스키 정권에는 해당사항 없다"고 말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무후무했던 중국의 핵우산 약속은 이렇게 덧없이 흩어졌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핵 보유국이었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소련군이 남긴 핵무기를 승계한 덕이었다. 하지만 탈냉전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했다. 1992년 NPT 가입 뒤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했다.
시선을 한반도로 돌려 본다. 북한은 중국과 두터운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핵개발의 길을 택했다. 그들 말마따나 미국이 업신여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국조차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핵보유국으로 거듭났다.
북한이 어떤 심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믿을 건 역시 핵뿐이구나' 하며 손 안의 핵 단추를 더욱 움켜쥐진 않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