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후 지구대서 난동·욕설 혐의
1심 유죄·2심 무죄… 대법은 유죄 판단
"범행 부인 중 도망·증거인멸 우려 있어"
'묻지마 폭행' 사건 가해자가 경찰의 '위법 체포'를 이유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주문했다. 가해자 주소지가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도망 가능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모욕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 경기 안양시 안양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우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식당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신고를 접수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술에 취한 A씨는 지구대에서 30여 분간 "너희 모가지를 날려버린다. 가까이 오면 때린다"고 말하며 소란을 피웠다. A씨는 순경 B(당시 25세)씨에게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며 욕설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 체포에 대한 항의였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체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이 A씨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주소지가 사건 현장과 상당히 거리가 먼 지역이라 실제 사는 곳을 알 수 없었고,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진술이 상반되는 등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B순경에게 욕설한 혐의에 대해선 피해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며 무죄로 봤다.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체포 전까지 수사 협조를 거부하지 않았고, 특별히 도망 또는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지구대에서 한 말의 취지는 체포에 항의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에 대한 체포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A씨는 폭행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욕설하면서 시비를 거는 등 범행이 실행 중이거나 직후였다고 볼 수 있다"면서 "술에 취해 늦은 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폭행에 이른 경위에 비춰볼 때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A씨가 제시한 신분증 주소지는 거제시로 사건 현장과 멀어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해, A씨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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