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A 비상착륙은 '조류충돌'이 원인
올 1월 공군 조종사 목숨을 앗아간 KF-5E 전투기 추락 사고는 ‘노후된 연료도관에서 샌 기름’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카락 크기의 미세한 구멍에서 누설된 연료 탓에 엔진에 불이 붙어 조종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이에 앞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비상착륙은 독수리에 의한 ‘조류충돌(bird strikeㆍ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으로 드러났다.
두 사고 모두 처음 있는 일로 조종사 개인의 과실은 없어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군은 다음 주부터 비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공군 "점검 땐 이상 없어"... 결국 '노후 전투기' 문제
공군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군항공안전단과 공중전투사령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월 11일 경기 화성 야산에 추락한 KF-5E의 사고 잔해를 조사한 결과, 우측 엔진 연료 도관에 머리카락 크기의 구멍이 2개 발견됐다. 공군 관계자는 “누출된 1~2리터의 연료가 항공기 하부 수평꼬리 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 부근까지 유입됐고, 이어 발생한 엔진 화재로 항공기의 상승ㆍ하강 기동 제어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당시 전투기를 몰았던 고(故) 심정민 소령도 이륙 54초 만에 엔진 이상을 감지, 비상탈출을 의미하는 “이젝션”을 두 차례 외쳤으나 민가를 발견하고 탈출을 미루다 변을 당했다.
통상 이륙 전 육안으로 엔진을 점검하지만, 연료도관은 엔진 안쪽에 있어 정밀점검을 해야 한다. 매뉴얼에 따른 연료 도관 점검 주기는 ‘비행 600시간’으로 사고가 난 전투기(508시간 비행)는 해당사항이 없었다는 게 공군 측 설명이다. 부품 교체는 마지막 정밀점검이 있었던 2018년 이뤄졌다. 공군 관계자는 “도관 재질의 부식에 따른 누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사고의 근본 원인은 기체 노후화에 있다. 오래된 기종의 수명을 무리하게 늘려 계속 운용하다 인명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1986년 8월 실전 배치된 KF-5E의 최초 수명은 31년이었지만 항공기 뼈대를 강화하는 ‘기골 보강’을 거쳐 43년까지 늘렸다.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인 ‘430대’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현재 공군 전투기는 410대에 불과한데, 올해 말이면 380대, 2024년에는 360대까지 줄어든다.
F-35A 이례적 사고에 美정부 인사까지 급파
1월 4일 충남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한 F-35A는 조류충돌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10㎏의 독수리가 연료를 채워 20톤이 넘는 전투기와 충돌하면서 ‘30톤 크기’의 충격을 일으킨 뒤 항공기 기체 격벽을 뚫고 무장적재실 내부까지 들어갔다. 이 여파로 적재실 내부의 랜딩기어 작동 유압 도관과 전원 공급배선이 파손되는 등 동시다발적 결함이 발생했다. 다행히 이상을 감지한 조종사가 전투기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대는 ‘동체착륙’을 시도했고, 숙련된 조종기술 덕에 사람과 기체 모두 무사했다.
배치 10년이 넘은 F-35A의 조류충돌도, 동체착륙 시도도 세계 최초 사례라 미국은 제작사 록히드마틴뿐 아니라 정부 인사까지 한국에 급파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미국산 전투기 사고를 정부 인사가 직접 조사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5세대 최신예 전투기인 F-35A는 조류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잦은 4세대 전투기와 달리, 엔진 흡입구를 직선이 아닌 유선형으로 만드는 등 성능에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조류가 무장적재실로 들어가 랜딩기어 이상을 일으키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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