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NI, 3만 달러 4년 만에 3만5,000달러
원화 가치 오르고 인구 줄면서 1인당 GNI 착시
물가 제외한 실질 GNI는 3.5% 성장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0% 이상 급증하면서 3만5,000달러를 넘었다. 2017년 3만 달러를 넘어선지 4년 만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체감하는 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환율이나 인구 감소 등 1인당 GNI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크게 바뀌었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 GNI 증가 폭도 명목 GNI와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1인당 GNI, 역성장 끝내고 10% 증가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020년(3만1,811달러)보다 10.3% 높은 3만5,168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GNI가 3만5,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지 4년 만이다. 1인당 GNI는 2018년(3만3,564달러) 정점을 기록한 뒤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2년 연속 감소한 바 있다.
2006년 1인당 GNI 2만 달러 달성 이후 3만 달러 달성까지 11년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4년 만의 3만5,000달러 달성은 빠른 성장세로 보인다. 더구나 2020년에는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이탈리아를 넘어 6번째 위치에 자리하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2017년 3만 달러 돌파한 뒤 4년 만에 3만5,0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 중 2년이 전 세계적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자평했다.
가구 소득 1억? "환율로 인한 착시"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가구원수(2.36명)를 고려하면 가구당 소득은 약 8만3,000달러(약 1억 원)에 달한다. 3인 가구 기준으로는 10만 달러(1억2,000만 원) 이상을 벌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체감 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가계 평균 소득은 상반기(1분기 0.4%, 2분기 -0.7%) 주춤한 뒤, 하반기(3분기 8.0%, 4분기 6.4%)에야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1인당 GNI 성장률(10.3%)과 괴리가 있다.
이는 GNI 급증에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20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80.05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원화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1,144.42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고려한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2020년(3,762만1,000원)보다 7.0% 늘어난 4,024만7,000원으로, 증가 폭이 다소 줄어든다.
여기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1인당 GNI 성장률이 전체 GNI 성장률(달러 기준 10.2%)보다 다소 높아졌다.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1인당 GNI가 증가하더라도 전체 경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61.3%(2017년 기준)에 그치는 것도 착시효과가 나타난 원인 중 하나다.
실질 GNI는 3.5% 성장… 더 커진 물가 영향
명목 소득이 늘어도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물가 요인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2.3% 상승했는데, 이는 2020년(1.3%)보다 1.0%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이를 고려한 실질 GNI 성장률은 3.5%에 그친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GNI에는 물량을 의미하는 GDP 성장률과 가격요인인 GDP 디플레이터, 원달러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지난해 늘어난 3,287달러 중 성장이 1,282달러, 물가 상승이 762달러, 환율 하락이 1,062달러씩 각각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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