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이 '제1회 가짜 노동자의 날'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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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이 '제1회 가짜 노동자의 날'이 된 까닭은?

입력
2022.03.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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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대신 개인사업자로 등록 사례 늘어
4대보험 등 책임회피 ... 실업수당 청구도 못 해
권리찾기유니온 "광범위한 실태 조사 착수"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권리찾기유니온이 주최한 제1회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 한상균(왼쪽 네 번째)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출발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부산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A씨는 학원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해고당했다. 그때 받아든 퇴직금은 20만 원. 13개월 동안 시험기간이면 주말도 없이 근무를 한 것치곤 너무 적은 액수였다. 알고보니 A씨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퇴직금은 학원장이 이 사실을 위장하기 위해 지급한 돈이었다. A씨는 "개인사업자여서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니 실업급여를 청구할 수도 없다"며 "일하는 사람은 모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는 '가짜 노동자'였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짜 노동자' 수백만 명 달해... 전면적 실태조사 착수"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그런데 노동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을 '가짜 노동자의 날'로 지정했다. 4대 보험과 연차수당, 퇴직금을 부담하는 대신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3.3%의 소득세만 징수하는 편법 고용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식의 편법 고용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노동권을 박탈당한 '가짜 노동자'들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서울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제1회 가짜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플랫폼노동, 특수고용, 프리랜서 외에도 음식점·서비스·사무직·제조업 등 직업 종류와 상관없이 '가짜 3.3 노동자'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전면적 실태조사와 대국민 홍보활동, 입법 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근로자 대신 사업자로 신고하면 1인당 250만 원 경감"

'가짜 3.3 노동자'란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서류상으론 민법상 도급 또는 위임계약(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국세청에 사업자로 신고돼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업자로 분류되면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기 어렵고, 사용자들은 해고와 최저임금, 연차휴가 등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은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만 내면 고용주의 부담이 노동자 1명당 250만 원씩 경감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과거에는 일부 특수고용직 정도에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카페나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때도 사업소득자로 계약을 위장하는 경우가 만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실제 당사자들이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우정 전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 유소년 감독은 "사용자에 의해 업무내용과 근로시간과 장소 등을 구속받으며 일해왔음에도 사업소득자로 분류돼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 전 감독을 비롯해 미용실 스태프, 영어학원 강사, 분양상담사, 아나운서, 배우 등이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한 상태다.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다면 가짜 노동자의 날이 도대체 무슨 날이냐고 물을 것 같다"며 "납세자의 날을 맞아 헌법과 법률로 정한 납세의 기준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 상식이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는 현실을 고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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